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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울음을 지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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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2건 조회 185회 작성일 19-08-03 11:26

본문

구름의 울음을 지나다

1. 장마

 

   물길이 불빛을 삼킨다 창밖의 밤이 떠밀려 들어온다 안에서 나는 잡다한 소리가 빗소리와 섞여 시든 몸을 턴다 낯선 발자국들이 웅크린 몸을 훑고 지난다 어느 먼 생을 건너온 손을 뿌리친 하루가 물속에서 죽었다

 

   고통을 먼저 겪은 이여

   당신은 어떻게 허물을 벗었습니까

 

   나는 비 오는 밤이면 바람 소리를 따라다녀요 저 흔들리는 잎새 사이를 떠다니며 아무 나무에나 무릎을 꿇고 입을 맞추지요 입술이 트고 피톨이 검은 딱지를 만들면 빈방을 버리는데 젖은 옷이 마르질 않는군요

 

   쓸쓸함의 농도가 짙어진 저녁에는 빗물이 긴 속눈썹을 다듬던 감정을 가두었으므로 불은 당분간 켜지 않기로 했다 빛이 증발하고 없을 땐 끈적하고 비릿한 살 내음이 비를 뿌렸다 어둠은 이후로도 등을 대고 오래 번성했다

 

 

2. 장마, 그 후

 

   어떤 배경은 지워질수록 선명하다

   울음이란 바람에 꺾여 문을 닫은 한 묶음의 생이 홀로 저물지 않게 하는 일

 

   습기가 구석에서 익어갈 때 제 몸 두드려 막다른 골목을 벗어난 혼잣말이 하얗게 마르기 시작했다 지상이 가까운 나무에서는 붉은 아지랑이가 시간 맞춰 피어올랐다

 

   솜털 같은 고요가 밤을 깨고 꺼풀을 걷고 첫울음으로 쏟아지는 무수한 빛, 빛의 소리들, 물빛 이름을 펴서 널고 있는 손길이 음표가 차곡차곡 실린 초가을 바람을 닮았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8-05 13:59:47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profile_image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섬세 하고 속이 꽉 찬 이런 시심을 어디에서
생성해 내는지 알고 싶습니다. 생의 깊은 곳에
찾아내어 빚어내는 도공의 손길!
그 손끝만 만져도 저절로 시심이 옮겨질 것 같습니다.


라라리베 시인님!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생의 깊은 곳에서 찾아내는 도공의 손길
이 말씀은 제가 힐링 시인님께 드리고 싶은 건데
저는 빈 곳이 많아서 저도 어디로 튈지
항상 마음이 안놓인답니다
제가 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마 그후까지 메니에르가 지속됩니다
지난번 폭우때 보다 이번 장마도 만만치 않군요 ㅎ
이명이 심해집니다

감사합니다 시인님!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실 장마 뒤를 더 조심해야 될 때가 많지요
방심한 틈을 타 언제 태풍이 몰아닥칠지도 모르고요
이명은 정말 잘 다스려야 합니다
저는 이석증으로 가끔 고생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세상이 거꾸로 돌지요
메니에르는 더 무섭구요
방비를 잘하셔서 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해요~

은영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라라리베님

사랑하는 우리 시인님!
반갑고 반갑습니다

장마 시작부터 장마 후의
계절이 주는 자아의 느낌표를
리얼 하게 시로 승화 시키는 탁월한
시심 속에 잠수 하다 가옵니다

감사 합니다 한표 추천이요
건안 하시고 좋은주말 되시옵소서
사랑을 드립니다 하늘만큼 영원이요 ♥♥

강신명 시인님!~~^^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반갑고 반가운 은영숙 시인님
무더위도 습기가 없는 날은 그런대로 견디는데
축축해서 땀이 마르지 않는 날은
어서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만 절로 들지요
더구나 비도 안오면서 구름만 잔뜩 덮인 날은
몸도 솜처럼 젖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습기를 좋아한답니다ㅎ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가을 향기가 날때 쯤이면
한해도 훌쩍 가 달력이 몇장 안남게 되겠네요

따스한 마음으로 주시는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아직 더위가 한창이지만 잘 이겨내시고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상쾌한 향기 가득 모아 보내드릴께요~~♥

동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어들이 유기적으로 준동을 일으키는 놀라움이란 이런 것.
이 시를 계기로 자판기를 오래 두드려도 좋을 듯합니다.
섬세한 감각을 무기로 시의 심장을 계속 무찌르시길~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쩜 댓글도 심장에 콕 박히게 쓰시는지
야밤에 놀라서 들어왔습니다
시의 심장을 무찌르려면 과녁을 잘 맞춰야 되는데
제가 기복이 심하니 잘 좀 이끌어 주시길요~
고맙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정석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초가실  바람을  미리 당겨 놓으셨으니
머지않아  풀벌레 울음만  팽팽하게 곁들이면  본격적이겠습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그래도 더위가 빨리 물러갔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달력을 또 한장 넘겨야 하고
이래저래 시간만 흘러가겠네요
고맙습니다
건강한 여름 보내세요^^

두무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루한 장마!
그건 구름의 울음이 한몫 했겠네요
세상에 어떤 불도 꺾지 못하는 물앞에 우리는 꺾이는 세월을 맞아
물도 뒤로하는 터널을 통과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생각과 의미를 함축하는 시 잘보고 갑니다
평안을 빕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멀리까지 찾아와 주셨네요
물과 불은 정말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귀한 존재이겠지요
물의 기운을 따라 펼쳐지는 삶 속에서
어떻게 잘 순응하며 살아가야 할지.. 항상 터널을 통과하듯
알 수 없는 일이겠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다음에 할 일을 가르처 주는 것 같습니다
깊은 공감으로 같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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