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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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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60회 작성일 19-08-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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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한가운데 연못이 있고 학 한 마리가 유유히 날아가다 다리 접고 쉬는 소나무 굽어진 가지 사이에 금박을 입힌 절이 있다.  


금각사는 그 금박의 황홀함에도 불구하고 검다. 나는 금각사를 볼 수 없었으나, 작은 연못에 햇빛이 찰랑이는 소리와 수심 속에서 멈추지 못하는 홍염같은 잉어의 신음소리뒤척이다가 날개를 한번 펴 보는 학의 새하얀 고뇌를 들을 수 있었다. 


빨갛게 부풀어오른 폐가 이내 썩어가는 그 동안에 밤이 오고 또 밤이 새고,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리는 나는 투명한 방안에 들어가 누웠다.


방 바깥에는 곧바로 어둠.  매일매일 내가 누워 있던 방은 그 경계가 점차 확장하여 점점 자신의 한 부분이 썩어가는 것을 황홀하게 바라보게 한다.  


정말 무서운 것은 아무 시련도 없이 무사한 죄를 가지는 것이라고, 나는 부용꽃이 흩날리는 마당으로 나가 날카로운 서리가 한가득 깔린 검은 땅 위에 호곡하였다. 


여러 해가 지나 병이 나은 다음부터 나는 비로소 공포를 갖게 되었다. 


봄꽃이 금각사 사면에 빛나는 금박 위에 붉게 어룽거리는 날, 봄꽃보다도 더 뜨거운 불길이 금각사를 뒤덮었다. 재 하나 남김 없이 금각사는 검게 무너졌다.


얼마 뒤에 내 폐렴이 재발하였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8-21 17:42:52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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