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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접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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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336회 작성일 19-09-07 11:51

본문

우산을 접는 시간

혜화역을 지나고 있었다

 

후둑후둑 살갑게 떨어지던 빗방울이 바람을 몰고 오더니 시야를 가려 온몸에 발자국을 찍는다 잎새 모아 빗줄기를 다독이는 나무, 하얗게 이는 물보라가 문득 허공을 구르는 웃음소리로 흩어진다

 

물, 물과 물이 쏟아내는 소리들, 풀포기 같은 새벽 김 서린 욕탕 작은 거울에 담긴 눈빛인 듯 두근대는 거리, 한 사람을 위해 어깨를 내주고 젖는다는 것은 그늘이 닿지 못한 우산의 각도다 발목 위로 차오른 물살을 피해 낯선 정류장에 멈춰 섰던 움츠린 시간이 우산 속으로 모이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선다

 

사람들의 입김이 섞인 공간은 빗방울이 감춰 둔 정념으로, 미처 현상하지 못한 필름으로 잠깐씩 펼쳤다 접히는 우산처럼 얼룩진 바닥에 빛의 긴 이랑을 만든다 바람이 맥을 놓을 무렵 내일은 바깥으로 깊어졌다 울음이 흘린 수식어를 바로 세웠으나 빈 객석을 사모했던 연극도 서둘러 막을 내렸다

 

나는 햇살이 투명해질 때마다 우산에 눈물로 맺혔다 표정 잃은 밀어를 하나씩 떼어내며 돌아갈 길에 대해 생각했다 물빛 아래 잠시 모습을 드러내던 당신도 늦은 여름을 끄며 돌아섰다

 

가방에 접어 넣은 혜화역이

우산이 남긴 당신을 빠르게 지나쳐 갔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9-11 13:03:08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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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고나plm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빗방울은 우산에 닿는 순간 밀어로 바뀌어 버리던가요?
이대로 비를 맞으면 빗소리일 것인데...

태풍이,
제대로 된 태풍 하나가
급하게, 늦었다는 듯,
안전진단을 서둘러 하고 있네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고 보니 우산은 많은 역활을 하네요
구르다 멈춘 물방울들이 전하는 소리에
오롯이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가지시면
마음 깊이 들어올 듯 싶습니다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링링의 기세가 대단하네요
피해 없는 평안한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브루스안님의 댓글

profile_image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연극이 끝나고 난 후
두툼한 머리고기와 할머니표 순대
막걸리 한 주전자  그 걸로  충분했던
대학로 뒷골목의 긴 밤
다시오지않을 그 시절이 그립네요

감사합니다
라라리베 작가님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연극은 영화와 달리 방금 맞은 비처럼
피부에 바로 와닿지요
청춘은 지나도 젊음의 거리로 가면 언제나 살아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막걸리 한주전자 그 맛 정말 좋았지요
공감 고맙습니다
즐거운 주말 저녁 되십시오^^

은영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은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라라리베님

사랑하는 우리 시인님! 오랫만에 뵙니다
반갑구요

태풍 피해는 없으시죠?!! 비내리는 날
함께 걸었던 회상의 그림자와 접는 우산 빗방을 속의
지울 수없는 시인님의 상념 속을 걸어 봅니다

감사 합니다  보고 싶어서 나왔습니다
한표 추천 드리고 갑니다
건안 하시고  좋은 주말 되시옵소서
사랑을 드립니다 영원 무궁토록요 ♥♥

강신명 시인님!~~^^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반갑고 반가운 은영숙 시인님
오셔서 모습 보여주시는 건 정말 기쁘지만
어깨는 좀 어떠신지요

축축한 느낌이 싫어서 비오는 날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래도 생각나는 시간은
비와 함께 했던 날들이 많네요
레인코트라도 근사하게 입는 날이면
괜히 가슴이 설레기도 했었지요
빗물이 흘러가듯 가버린 시간 따라
보낸 아쉬움 속에 잠시 잠겨 보았습니다

은영숙 시인님 편치 않으신데도
좋은 말씀도  남겨주시고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무쪼록 빨리 쾌유하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사랑 많이 많이 모아 보내드릴께요~~♥

주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주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오는 혜화동 골목길,
비닐우산 하나에 어깨 손 올리며
마주보며 멎적은 웃음웄던, 그때가 벌써
옛날이었네요ㅎㅎ
참 많이도 변했더군요
생각만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그때 그 시절로 다시 돌아 가고픈
마음 그윽합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금은 다양한 공연을 하는소극장들도 많고
예술이 앞장서서 정신문화를 이끌어 가는 곳이라
한번씩 가면 생동감이 느껴지는 곳이죠
그 곳에서 소나기를 만난 적이 있는데
거리가 예뻐서 그런지 빗줄기도 싱그럽게
즐기던 생각이 나네요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평안한 시간 되십시오^^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민기 시인님의 신선한 발상
많이 배우겠습니다
좋게 느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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