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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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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54회 작성일 19-09-24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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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책갈피에 노랗게 물든 단풍잎을 끼워 넣어두면,

짝사랑하던 누나가 릴케의 시집 속에서

바싹 마른 향기를 꺼내 읽어 주었다.

거기 귀 기울이면,

보랏빛 투명한 포도알들이 내 귓속을 굴러갔다.


가을이면

가느란 코스모스처럼 위태로운 누나가,

음영 짙은 그 눈동자 속에 농익은 시월보다도

시집을 읽다가 가끔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먼 곳이 더

내 눈에 시렸다.

 

내게는 보이지 않는,

누나 시선이 멎는 자리.

바위 틈 술렁이는 가을숲 있었다.

누나 이마를 늘 반쯤 가리고 있던

까만 머리카락에 정말 장미 가시에 찔려 죽어야 할

시인이 있다면

누나가 아닐까 생각해보고는 했다.


빨간 잎들이 저 높은 데서 여분의 마찰음을 우수수 

쏟아내던 날,

투명한 것이 아래로 낙하하여

허공 사이로 비린 열매 퍼덕임이 쓰라리던 오후,

누나는 혼자 가을숲으로 걸어들어가

가장 높은 갈메나무 가지에 목을 맸다.

나중에 사람들이 풀 수 없을 정도로

그 가냘픈 목에 꽉 매듭을 묶었다.

 

그해 가을 내내 누나는 거기 매달려 있었다.

웃지도 찡그리지도 않는 잔잔한 얼굴에

노란 잎이 달라붙는 순간도 있었다.

나는 혼자 가을숲으로 들어가

누나의 혀 앞에서 릴케의 시집을 펼쳐 보여주었다.

하얗게 웃으며 누나는 

이마를 활짝 열어

얼굴 위 지나간 화상자국을 보여주었다.

누나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대신

가을숲이 조용히 숨을 삼키고 있었다.

가을 내내 누나와 나 사이에서는

그런 편지들이 오고 갔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9-30 12:02:50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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