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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의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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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20회 작성일 19-09-25 00:13

본문




나는 접시꽃 안에 너를 가두었다.

 

높은 데서 벌어진 부용꽃잎이 바람에 위태롭던 어느 밤이었다.


빈 계단이 있었다. 너의 시에서는 끊긴 혈관 따라 뜨거운 피가 푸른 즙으로 밤하늘을 흘러갔다.


지형도가 되어 버린 후박나무 잎들이 

부산하게 몸을 떤다. 

가지를 벗어나려는 칼날들이  몸부림을 친다. 


주렴 안에서 흔들리던 그 투명한 것이 비록 네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접시꽃은 봉분을 기울여 꽃술 사이 빈 틈을 가득 채웠다. 


하여, 꿈꿀수록 너의 무의식 안에서 중첩되어 가는 돌계단이

시간을 영원한 조락의 한가운데로 이끌기도 했으리라. 


너는 밤이면 창문을 열고 가지 위에 쌓여가는 꽃잎을 셌을 것이다. 


돌계단 위에 시를 써서 던졌을 것이다. 깃털이 별빛이라는 부리가 깨진 새를 내내 기다렸으리라.  


그리고 호곡했을 것이다. 허공을 배배 기어오르는 향연기 속에서 너의 폐는 무화과 속처럼 변해갔을 것이다.


변색해가는 돌계단 위에 혼자 앉아 

멍든 복숭아뼈 아래가 뜨거운 돌이 되어 가면서,  

흰 종이 위에 황홀한 것을 각혈하고 또 각혈했을 것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09-30 12:03:54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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