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껍질과 바다와 나 > 우수창작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우수창작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우수창작시

     (관리자 전용)

☞ 舊. 우수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창작의향기 게시판에 올라온 미등단작가의 작품중에서 선정되며,

 월단위 우수작 및 연말 시마을문학상 선정대상이 됩니다

우수 창작시 등록을 원하지 않는 경우 '창작의 향기' 운영자에게 쪽지를 주세요^^

(우수 창작시에 옮겨진 작품도 퇴고 및 수정이 가능합니다)


오렌지 껍질과 바다와 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0회 작성일 19-09-26 08:51

본문




오렌지 껍질을 물 위에 배처럼 띄워 본다.    


손바닥 위에 향기가 남는다.  


손을 쥐었다가 펴 보니 빈 손바닥 위에 어느 여류시인이 남아 있다. 

얼굴 화상을 감추려 늘 

얼굴 반편을 검은 머리카락으로 감추던 

내 유년의 기억 속 누나는 어느날 숲에 들어가 적송 가지에 목을 맸다.

휘발성의 오렌지즙 향기처럼 청초한 글자들이

깨지고 목 졸린 채 바위 위에 뒹굴었었다.

짓이겨진 오렌지 껍질이 시를 쓸 때마다   

데칼코마니 속 좌우대칭의 두 이미지처럼 누나와 내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   


오렌지 껍질은 위태롭다.


누나가 치마를 올려 얼굴을 감췄다.


닫힌 시집의 책갈피 속에 먼 섬이 있다고 했다. 

섬마다 바위 사이에서 들꽃들 사이에서 봉분이 석류나무잎 마냥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물 위에 흔들리며 형상이 고정되지 않는  

내 시 속 이미지들처럼, 

나는 스물 일곱살에 죽지 못했다. 

그리고 촉촉한 오렌지 껍질이 낮은 담 너머 목 쉰 섬 사이를 헤메고 있다.  


갈라져나간 지류에 목을 맨 

인어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게 땅에 깔린 잎들 사이로 흰 발이 질질 끌리던 

내 유년의 기억으로부터

낱말들을 주워와 시취 서린 불꽃을 피우면 뼈가 틱틱거리는 소리보다도 먼저 

어둠이 침범하는 긴 복도 

목발 짚은 바람, 아 나는 밑바닥 없는 투명함 속에서 몇번이나 

그 소리와 엇갈렸다.

바다 - 춤추는 미친 칼날들 위에서 다시 한번

적송나무 가지 아래에서.


오렌지 빛깔 발바닥 아래 지나가던 구름은 

무거운 추마냥 물 속으로 곧장 수직낙하해 버리고,

내 유년의 시집은 이제 활짝 열려 

그 안에 있는 것들을 하나도 읽을 수 없다. 

다만 모든 것으로부터 한없이 멀어져 있을 뿐. 

굳은 뿌리가 바위 위를 기어가는 

연록빛 새순이 녹여내는 손가락 위에도 

피 한 방울 들려오지 않는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10-01 13:29:32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185건 2 페이지
우수창작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6115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08-13
6114 미소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0 08-13
6113 나싱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08-13
611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08-13
611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8-12
6110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0 08-12
6109
유월의 곡우 댓글+ 2
최경순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0 08-12
610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0 08-12
6107
나의 눈에는 댓글+ 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0 08-11
6106
오래된 싸움 댓글+ 9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2 0 08-11
6105
바늘귀 댓글+ 2
보푸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08-11
6104
풀등 댓글+ 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 0 08-11
6103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 0 08-09
6102
칼금같이 댓글+ 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8-09
6101 미소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 0 08-09
6100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1 08-09
609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0 08-09
6098
어떤 책 댓글+ 2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0 08-08
6097 백마술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08-07
609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08-06
6095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7 1 08-01
609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0 08-05
6093
칼의 퍼즐 댓글+ 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0 08-05
6092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0 08-05
6091
우아한 유령 댓글+ 1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0 08-04
609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 0 08-04
6089 화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08-04
6088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 0 08-04
6087 겨울숲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 0 08-03
6086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8-03
608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08-03
6084
불면증 댓글+ 6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 0 08-02
6083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08-02
6082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 1 08-02
6081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 08-01
6080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 0 08-01
6079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 0 08-01
6078
도로 댓글+ 1
느지막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08-01
6077
수의 댓글+ 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08-01
607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08-01
6075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 0 08-01
6074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 0 07-31
607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7-31
607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0 07-30
607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07-30
6070 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07-30
6069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07-30
606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07-30
6067
댓글+ 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07-29
606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07-29
6065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 1 07-28
606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07-28
6063
마마의 카페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0 07-28
6062
풀꽃의 시안 댓글+ 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 0 07-28
6061
벨쿠르 댓글+ 1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07-27
6060
유리수 댓글+ 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0 07-27
605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7-27
6058
숲속의 바다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 0 07-27
6057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0 07-27
6056
혈압 댓글+ 2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0 07-27
6055
골목 댓글+ 2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7-27
6054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 1 07-27
605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7-27
605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7-27
6051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7-26
605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0 07-26
6049 김진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07-26
6048 느지막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0 07-26
604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07-26
604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 0 07-2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