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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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화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11회 작성일 19-09-26 12:00본문
오브제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그가 친하다는 친구의 설치 미술작품을 보러 종로에 갔다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그가 친하다는 친구와 악수를 하며 도무지 문외한인 나는 왼쪽 주머니에
왼 손을 넣고 오른쪽 주머니에서 오른 손을 꺼내 인사 하는 법을 잊고 왼쪽 주머니에서 왼 손을 꺼내고
오른쪽 주머니에 있는 오른 손으로 인사를 청하다가 그만 덥썩 두 손을 잡고 말았는데 사내로 치자면
반사내같은, 그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그가 친하다는 그 사내는 손까락 세 마디 쯤 들까 말까 하는
손인사로 문외한인 내게 누구 ? 하고 회상하듯 좌중을 번갈아 본다. 아는 사람도 나를 알 리 만무하고
그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인데 그는 저만치서 남 보라는듯 무어라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조회 깊은 표정으로 서넛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나와는 도통 멀어진다.
여자의 창은 누군가 금방 사라진다. 여자의 창은 누군가 쉽게 무너진다.
의류점 쇼윈도에 발가벗은 마네킹 한 쌍이 난교의 자세로 흐트러져 있다.
아는 사람은 아는 사람에게 듣고 또 아는 사람은 아는 사람에게 들었다는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이야기
깊은 밤이면 종로 어딘가에서는 덥썩 커다란 담벼락을 덮치는 손아귀가 아는 사람이 아는 사람처럼 인사를
한다는데 아는 사람도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도 모두 보내고 혼자 막차를 기다리다 모든 막차들이 한 곳을
향하여만 떠나가는 것을 바라보다 무릎까지 차오르는 밀도의 어둠을 견디고 섰는데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친하다는 그 반사내같은 친구가 서성서성 다가와서 문외한인 내게 손없는 인사를 청한다.
처음이시군요 ?
댓글목록
andres001님의 댓글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처음이시군요?
네, 처음으로 시를 읽습니다
저도 가끔 타인이 나답다란 생각도
듭니다
온갖 불화로 버벅이는 세상 속에서
항상 문외한인 나는 왜?
언제나 서먹한 건지..
좋은 시,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