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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농구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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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신수심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70회 작성일 19-10-1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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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있었다, 러시아의 공기는 산소 맛이 났다 공기의 무거움 속에서 곧게 선 존재는 손보다 높은 위치에 거미줄을 쳤다 거미줄에 거미는 없었다 숨을 쉬지 않는 포용력으로 자꾸만 자신 안에 자신 아닌 존재만을 삼켜내었다 이국은 끊임없이 그를 집어삼켰다 외로움과 향수 따위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도 끊임없이 단어를 삼켰다 이국의 문자가 아닌 그의 날숨이 가장 익숙한 언어를 골라 주머니에 넣어 다녔다 모으면 모을수록 그는 무거워졌다 그는 더 이상 하늘을 날지 못했다 그것이 그가 땅으로 내려앉은 이유이자 귀국을 결심한 계기였다 러시아는 넓었다 멀리에는 지평선이 보였고 그 너머에 산이 있는지는 마을에 사는 그 누구도 몰랐다 그는 마을에 있는 그 누구와도 친하지 않았다 땅 위를 걷는 그에겐 더 이상 박수나 찬사를 받을 가치가 없었다 이방인은 밀려 밀려 변두리에 몰렸다 여기서 떨어지면, 어쩌면 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는 생각했다 평생을 저주라고 생각했던 장기가 그제는 붙잡고 싶었을 테다 그는 이국에 온 것을 후회했다 돌아갈 수 없는 것은 명멸하는 시간과 공간의 틈 사이에 죽어있었다 그가 러시아로 왔을 때를 떠올렸다 기억은 짙은 산소와 산소의 사이에서 갈색으로 굳어간다 하루하루 무거워지고 몸이 굳어 뿌리를 내리고 낯선 토양 안에서 그는 이곳에 온 이유조차 잃어버렸다 나뭇잎의 기억으로 어제 불었던 바람을 더듬는다 시간 안에서 그는 끊임없이 낯섦을 뒤덮어만 가는데 닿을 수 없는 하늘 위로 삶이란 것은 하루가 다르게 비대해져 간다 그는 닿지 못한 죽음을 들어 올렸다 손에 담긴 짙은 피부색으로도 가릴 수없이 커진 하늘을 바라보며 그는 이국에서의 마지막 비행을 결심했다 돌아갈 수 없는 집으로, 기억으로. 얼어붙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러시아는 추웠다 이질적인 온도를 씹었다 산소 아닌 것으로 숨을 쉬었다
모든 일상이 변해감을 그는 느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10-14 10:06:21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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