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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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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화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025회 작성일 19-10-16 10:38

본문

따뜻한 입술

 

 

네가 죽고 나면 난 슬플까

내가 죽었을 때 나는 슬프지 않았는데

미역국에 밥을 말아 삼키면서

저만치 죽어 있는 나를 쳐다보면서

 

나는 너의 열꽃의 입술에

​덕지덕지 아물고 있는 딱정이를 떼어내며

입 맞추던 일들을 생각하였다

 

그런 날들은 내가 죽고 난 후의

일처럼 먼 기억이지만

죽은 후에도 맥박처럼 따뜻한 입술

 

죽음 뒤에서도

 

나는 자꾸만 나에게 주고 싶은 것들이

늘어나 가만히 하나 둘 너의 일들을

너와의 날들을 돌아보았다

 

네가 죽고 나면 죽은 나는 슬플까

 

나는 내가 죽었던 일들을 도무지 잊어버리고

무릎을 베고 눕던 커다란 하늘

먼저 자란 아이처럼 머리를 쓰다듬던

너의 얼굴을 생각하였다

 

네가 죽고 나면 죽은 나는 슬퍼서

목에 난 병처럼 몇 날을 걷다 돌아와

온기 없는 흰 잠을 흔들어 울컥울컥 깨어날 것같아

 

네가 죽고 나면 죽은 나는 슬퍼서 하루는

너보다 먼저 일어나 네가 다녀간 날들을 주섬주섬

안아 내다가 저만치 환한 꿈속의 너를 다시 꾸고 싶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10-21 09:08:27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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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삼생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연애시 이면서도 많은 울림을 주는 정말 대단한 시입니다.

이런 시를 쓰신다는 것은 이미 프로의 프로를 넘나드는 선인에 가까운 실력입니다.

아시다시피 기존의 젊은 시인들 날고 긴다는 초특급 시인들도 연애시는 못 씁니다.

그래서 그들은 연애시를 유치하게 받아들이고 쓰레기 취급합니다

헌데 이 시는 최 정상급 시인들이 쓰는 시 입니다.

최 정상급 시인들을 농락하는 시 로 읽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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