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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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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88회 작성일 19-10-2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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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뭘까?



시대가 바뀌어도 민방위 훈련 사이렌 레퍼토리는 똑같다 

타인의 불행보다 더 매력적인 건 없다고 하시던 우리 하이! 비틀러님은 어디 가셨나

동그랗게 높은 버드나무 흔들의자에 가라앉은 늦은 아침

텅 빈 냉장고 속을 뒤지다가 텅텅 비었네! 내 메아리만 찾는다

이런 슬픈 재난이 다 있나 하면서

전멸 시켜야 할 적을 노려보는 장군 같이

두 손으로 엉덩이를 짚고 서 있을 것만 같아서 혹은

뉴요커 억양으로 코맹맹이 파라지앵 콧대를 볼 것만 같아서 

이 방 저 방을 수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 한탄 소리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과 맞짱뜰 수야 없겠지만  

다시 한번 다짐한다

우리집 현관문 번호키는 바꾸지 말아야지 


2    

마주 보이는 초등학교 국기 게양대

(저 태극기 옆에 저기 저 새마을 운동 깃발처럼 그대여! 

내 옆구리에 꼭 달라붙어 있으면 어디 덧나나요)

아버지의 그 딸은 국가가 운영하는 모텔방에서도 잘 계시지 못하시는지

우리 공화당 5일장 천막이 길거리로 나와 서명을 구걸하고 있다 어찌 된 걸까

요즘은 아르마니 양복을 전투복으로 입은 여의도 곱상한 소화기를 떠올린다

만화책 속의 바람개비 달리기로 휘날리는 저 커플

내가 너희들을 용서할 만큼 오래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안전한 아쿠아리움에 나란히 헤엄치는 금붕어와 피라냐가 평화협정을 맺는 날이 온다 해도

우정도 좋지만 때론 돈이 더 오래 갈때가 많은 이 시절은 늘 불온하다

성숙한 자본주의 더 좋은 사회 더 좋은, 더 나은 속도

할인마트 싱싱 코너에서 바나나는 갈색 반점이 적은 걸로 고르면서 

어찌하여 사람들은 검버섯이 많은 걸 고르는 걸까

몬산토 GMO 거시기 씨앗도 없는 것들이

하나님의 구조작전을 망치는 요상한 것들이

모퉁이 보도를 따라서 스타벅스 진열창에 모여 앉아 키보드를 두린다

또닥또닥 무슨 단어를 깨우고 있는 걸까

저기서의 1년이면 한 세대고

10년이면 고고학일진데

그 보다 오래된 것들은 전설로 들어갈텐데

겨울과 격렬하게 부딪치며 내 야윈 윈드브레이커 옷자락이 펄럭인다

기억이란 이미지의 지평선

새겨진 건 언제나 거기에 없는 법

뇌가 있을 자리에 손가락 근육이 들어찬 사람들이 북쩍인다

뼈다귀에 살갗을 풀칠한 것 같은 매끈한 다리를 꼬고서 카페인을 충전하며 나를 본다

저는 신용등급이 노숙자 수준이라서 죄송합니다

너무 잘 생겨서 또 죄송하구요

통통한 버블랩을 비뜰어 짜듯이 아가씨는 긴 머리카락을 노트북 대신 움켜쥔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서로 등을 맞대고 쏘는 액션이라면

내 등을 맡기고 싶지는 않다 혹시나 모텔방 침대라면 모를까

한때의 필수품이 떨이상품으로 추락하는 계절

님은 갔어도 이 절벽이 지진을 만난 것처럼 

나도 눈 먼 자들을 위한 큰 울음을 울고 싶다 


3 

한밤중은 넘쳐나는 울음의 시간이다

홀로 투명한  

보드카의 상실을 울쩍이며

시란 뭘까? 

고뇌하는 한 문장이 쐐기를 박으며

머리 속에 맴도는

한밤중의 시간은 넘쳐나는 울음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10-31 15:28:12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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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책벌레정민기09님의 댓글

profile_image 책벌레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를 정의하는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많은 시의 정의를 시로 감상하였는데요.
이 시 또한 시에 대한 정의가 깊습니다.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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