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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시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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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시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2회 작성일 19-11-0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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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쉐라톤 워커힐

미슐랭 가이드

스타벅스 

체게바라 하면 떠오르는 게 뭘까요?

구석구석이 그녀의 개성에 지배 받고 있었다

칼바도스 상륙 작전인가 보죠 

아, 무슈(죄송해요)

뜨개바늘이 뇌를 뚫고 지나간다 

우리 여우님에게는 잠자고 먹고 디저트하는 데

그 모든 필요 조건을 싸그리 갖췄을텐데

왜 후쭈구리 어쭈구리 같은 저에게 왔는지요?

아주 빠듯한 가격에 목졸라 죽일 셈이신가요?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깔끔함을 감상한다

조선 시대를 살아가는 창문을 열고

아직은 온 세상이 적이 아니라는 걸 기억해 낸다

파상풍과 광견병이 일상화된 이 도시

한 떨기 종말의 시대와 흑기사들을 본다

산책로 코스모스에서 봤었다

담배빵이 지나간 제로 그라운드 꽃송이가 검했다

어차피 모르는 곳에 불쑥 들이민 충격이었다

빈 소화기 거치대 같이 멍한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턱이 가슴에 떨어지는 건 순식간이었고

왠 늙은이들 막걸리판이 왜 저리 화려했었는지

서로 종이잔을 붙이고 옹송그리고 있는 것이

뽕짝 뽕짝 뽕브라 같은 맛이 흘렀었다


2 

차갑고 상쾌한 파리의 겨울로 날아가 볼까? 존

(요한 계시록을 쓴 요한의 아메리카 이름이다)

다이아 백금 반지 때문에 손가락과 함께 털렸다는

그 도시의 어둠은 생각지도 않으시나 봐요?

미소 짓는 그네들의 봉즈르(안녕하세요)

커피 머신이 쉭쉭 향기를 뿜어낸다

한 병 더 비틀까?

아, 상젤리제를 품에 안고 잠든다

세련된 파리지앵 

파란 파라솔 아래 크루아상을 주문하고 있을까

몽마르트 붓처럼 괜스레 커피 프레스를 헹구고

씽그대 창문에 죽은 

고흐의 화분에 담배불를 비벼 끈다

코스모스 담배빵처럼 나도 그네들과 다를 게 뭘까 하면서

가그린을 한다


3 

참나무 방 문짝이 뒤틀려서 

아침마다 어깨로 열어 져친다

머리가 깨진 술병과 인사불성인 우리 여우님

야구 방망이가 레드 삭스죠

그 쓰임새가 하나 뿐일까요

당신의 안타까운 유해를 수습하고

당신의 멋진 장례식을 계획하며

나 혼자 씨익 웃어본다

한번 궁금해지면 자기 똥에 대해서마저도 궁굼해지기 마련이죠

코 풀고 티슈를 열어보듯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처럼 탐사하죠


4 

뜨끈 뜨끈한 머그잔에 등장하는 

구불구불 굽이치는 버드나무 길을 걷는다

찌뿌드한 무릎관절에 날씨가 먼저 와 있었지만 

촘촘이 드러워진

움푹 들어간 하트나 이니셜이 새겨진

은밀한 길모퉁이까지

한 뼘 더 커진 하트 울타리는 더 쳐져 있고 

더 커졌지만 쇠사슬에 묶인 대문만은 여전히 

꺼억 꺽 철렁거리고 

바람부는 날을 기다려  

동쪽 놀이터에 보슬비를 뿌리곤 했다


오락가락 그네에 앉힌 시간이   

비탈길 언덕을 내려갈쯤


마치 오래된 서쪽의 어촌

꾸벅꾸벅 조는  

쇠말뚝 머리 위에  

혹은 녹쓸어 가는 붉은 노을 속에

갈매기 하얀 똥 같이

 

밧줄에 묶인 작은 배들이  

늘상 쇠말뚝에 붙어 

옆구리를 반질반질 닦아내듯


짙어지는 그녀의 꿈을 반쯤 접어

저 저녁 바다에 흘려 보낸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11-11 15:00:10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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