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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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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한병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66회 작성일 19-11-1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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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네

      *지네, 지네다
      혼자 술 마시는 저 사내
      왜 팔뚝에 무시무시한 지네를 키우는 걸까
      한때 음습하고 나약한 방황의 시간들을 잡아다
      팔뚝에 풀어 두고 싶었거나
      독기 있는 다짐을 새겨놓고 싶었거나
      불안한 눈초리를 모두 잡아 두고 싶었는지
      지네가 반소매 밑으로 반쯤 드러나 있고
      팔목 위 두세 마리가 교미 중인지 엉겨 붙은 걸
      사람들 신기하다는 듯
      흘낏흘낏 쳐다보는 것인데
      사내가 숙인 고개를 들어 주위를 훑자
      지네의 눈과 마주친 놀란 눈알을 숨기려고
      저마다 눈꺼풀로 아우성친다
      일시에 고개가 돌아간다
      돌아간 고개가 얼어붙는다
      일순간 식당 안은 살얼음판이다
      사내가 헛기침으로 한 번 더 주위를 훑자
      어디로든 옮겨 붙을 것 같은 지네 때문에
      술잔을 부딪치느라 술렁이던 소리
      입 안에서 뒤척이다가
      간신히 삼켜진 소리조차 언다

      사내가 술을 들이키면 들이킬수록
      팔뚝에 지내들은 점점 더 시뻘겋게 독이 올라
      만만하게 덤벼들던 고개조차 얼어붙게 만든다

      이제야 천적을 피할 수 있는 지내가 되었다는 듯  


      *지네. 
      자해한 흔적이나 칼자국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11-11 15:19:07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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