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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이 더 아프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70회 작성일 19-11-14 18:25

본문



머리카락이 더 아프다/  싣딤나무

 

 

시원하게 오줌 누는 꿈을 꾸다 깨어보면 이불이 젖어 있었다

 

아침마다 햇볕에 널려 있는 그림자에서 지린내를 맡으며

어린이 독서 왕처럼 세상이 겉늙었다는 것을 눈치 채고는

걸을 때 돌부리를 차기도 하고 가래침을 뱉기도 했다

 

오줌을 앉아서 눌 것인가, 서서 눌 것인가를 고민하다

마침내 앉아서 누기로 한 친구의 이불은 손수건이 되었다

더 이상 오줌으로 벽화를 그릴 수 없어도

잔설 위에 떨어진 동백꽃을 봄을 향해 띄울 수는 있겠지

 

베이비 펌을 할 것인가, 투 블록을 할 것인가

이도 저도 못하고 집에서 염색이나 한 휴일보다

둘 중의 하나를 하고는 더 우울해져버린 휴일에

미용실 바닥에 한 움큼 잘려나간 나는 도대체 누구신지,

 

세상에서 가장 큰 병은 하나도 아프지 않은 거야

 

친구는 시원하다고 말하며,

발목에 튄 흙과 오줌을 손수건으로 닦고

나는 부푼 돌출부가 톱니에 끼지 않게

터덜터덜 지퍼를 내리며 벽을 향해 돌아섰다

 

야이 자식아!

 

통점이 생겨 버린것이다

이전처럼 뒤통수를 한 대 갈기려고 하는데

친구의 긴 생머리가 정전기를 일으키며

내 손을 막았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11-15 15:45:28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브루스안님의 댓글

profile_image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활달하고 거침없는 글에서 공감이 생기고
공감대가 재미라는 감동을 덤으로 선물하지요

감사합니다

싣딤나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ㅎㅎ 신춘문예를 접수하시는 고수께서
이 곳 우수창작시에도 뽑히지 못하는 하수의 시에
공감 하신다니,  참으로  영광 입니다.

스키다시가 있어야 메인이 빛이 나죠.
들러리란 참으로 따뜻한 배경 입니다.

허긴 우수창작시 정도는 당선 되어야
스키다시라도 될텐데, 전 아무래도
스키다시로 나가는 샐러드를 만들다
잘려 나간 양배추 뿌리 같습니다. ㅎㅎㅎ
뭐든 어떻습니까? 고객님들이 메인 메뉴만
맛있게 드시면 그 집 장사 성공한 겁니다.

빨리 님도 메인이 되시기 바랍니다.
메인이 되기엔 너무 양념이 강한 것 같기도 합니다만.

다섯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다섯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싣딛나무님의 글솜씨에서
고수의 냄새가 풍김니다
비유법이 풍부한 시를 읽으며
한수 배우고갑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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