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 우수창작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우수창작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우수창작시

     (관리자 전용)

☞ 舊. 우수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창작의향기 게시판에 올라온 미등단작가의 작품중에서 선정되며,

 월단위 우수작 및 연말 시마을문학상 선정대상이 됩니다

우수 창작시 등록을 원하지 않는 경우 '창작의 향기' 운영자에게 쪽지를 주세요^^

(우수 창작시에 옮겨진 작품도 퇴고 및 수정이 가능합니다)


분수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86회 작성일 19-11-16 05:56

본문



분수대

 

분수대를 보면 불안하다

로얄 딱새처럼 둥근 무지개 볏을 세우고, 하얗고 뭉글뭉글한 깃털이 쳐져 내릴 듯한

날개를 보면 이내 세상의 모든 목마름을 박차고 날아 가버릴 것 같아

정수기에 종이컵을 받치고 새의 가느다랗고 투명한 발목을 잡는다

 

달에서 지구를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새파란 알을 더 깊숙이 품으려고 알을 향해

바짝 붙여 둥글린 날개를 본 적이 있다. 잠이 오지 않는 밤 베란다에 나와

담배를 피우며 아내가 아이 방에서 가져다 놓은 지구의를 돌려보면 금간 알 조각들이

툭 툭 깨지고 젖은 깃털 뭉치 한 움큼이 미어져 나올 것 같은데, 내부에서 껍질 쪼는

소리만 요란한 알은 여전히 부화 중이다.

 

여자를 품은 적이 있다. 멀리서 보면 하얗고 동그랗기만 하던 여자에게서

깨진 금들이 보이고, 금 간 틈새로 분비물에 얼룩진 내면이 보이고, 그 금에 가슴이 베이기

시작하자 탁란처럼 밀쳐버린 여자, 내 체온과 숨결에 그녀가 부화 되고 있는 줄을

나는 몰랐다. 

 

사랑해, 물의 깃털이 빼곡한 유리창에 손가락으로 쓴 적이 있다. 바깥보다 안의 숨결이 더 따

뜻할 때 한 획 한 획 드러나는 글자들이 새의 깃털을 파고들었다. 바깥에서 격렬하게 쪼아댄 유리창이

종일 덜컹이다 부리에서 흐른 피로 붉게 물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점점 지쳐가는 새를 본 적이 있다. 새의 날개 자국이 선명한 사막에서 계란 프라이처럼 익어서 버려진

저녁을 본 적이 있다. 부러져서 모래에 꽂힌 나무의 갈비뼈에 널브러진 알의 시간을 본 적이 있다.

우리는 아직 처절하게 더 깨져야하는 목마름이다. 끝내 닫힌 알 속에서 감은 눈이 썩어가는 아기 새를

볼까봐 불안하게 들썩이는 날개를 바닷가에서 본 적이 있다.

 

팔레스타인이나, 홍콩, 남미, 어디라도 가장 뜨겁게 들썩이던 껍질 하나가 벗겨져 나가고,

희뿌연 난 막을 찢는 아기 새의 부리가 보일까봐 아침마다 조간신문을 읽는 습관이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11-20 09:39:28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싣딤나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요즘 정민기님의 시가 다른 느낌의 물감과 조심스럽게 섞여가는 것 같아
참 좋다 하며 읽고 있습니다.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칭찬 받으니까 의욕이 생깁니다.

Total 100건 1 페이지
우수창작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100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8 0 09-18
99
달맞이 꽃 댓글+ 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0 08-29
98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 0 08-27
97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 0 08-20
96
칼의 퍼즐 댓글+ 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0 08-05
95
불면증 댓글+ 6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 0 08-02
94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 0 08-01
93
응답 댓글+ 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0 06-29
92
참숯 댓글+ 2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0 06-28
9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05-01
90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 0 04-05
89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03-26
88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 0 03-15
87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8 0 02-21
86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2 0 02-13
85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4 0 01-28
84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2 0 01-23
83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3 0 12-30
82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6 0 12-23
81
아내의 적금 댓글+ 4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1 0 12-23
80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5 0 12-17
79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7 0 12-14
78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8 0 11-30
77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0 0 11-28
76
기타 구루 댓글+ 3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9 0 10-25
75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6 0 10-07
74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7 0 09-24
73
달빛 댓글+ 5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7 0 10-05
72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1 0 10-01
7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0 0 09-28
70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0 0 09-24
69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4 0 09-20
68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8 0 09-18
67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4 0 09-13
66
아마벨과 달 댓글+ 2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5 0 09-07
65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8 0 08-29
64
헬륨 풍선 댓글+ 6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1 0 08-28
63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9 0 07-18
62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2 0 07-08
6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6 0 07-01
60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7 0 06-22
59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1 0 06-18
58
분갈이 댓글+ 4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2 0 05-29
57
민물 낚시 댓글+ 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2 0 05-21
56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2 0 02-28
55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8 0 02-24
54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9 0 02-19
53
운다 댓글+ 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0 0 02-04
52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5 0 01-23
51
3,5,3,5,3,5 댓글+ 2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4 0 01-11
50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6 0 12-18
49
릴리~, 릴리! 댓글+ 4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1 0 12-04
48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6 0 12-01
47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0 0 11-21
열람중
분수대 댓글+ 4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7 0 11-16
45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5 0 11-14
44
황홀한 유기 댓글+ 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8 0 10-10
43
적색편이 댓글+ 3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1 0 08-19
42
혈의 누( 淚) 댓글+ 5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2 0 08-07
4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2 0 07-20
40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6 0 07-14
39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4 0 07-13
38
핥는다 댓글+ 3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5 0 06-26
37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6 0 06-20
36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4 0 06-07
35
유채 유감 댓글+ 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1 0 05-08
34
갓털의 소묘 댓글+ 7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4 0 04-19
33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8 0 04-09
32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9 0 04-05
3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9 0 03-25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