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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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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98회 작성일 19-11-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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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날개가 갖고 싶어. 어젯밤의 일이다. 창문에서 끝이 뾰족한 후박나무 가지가 창을 긁고 있는 것인지, 금속성의 별빛이 속삭이는 것인지,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포도나무 넝쿨이 여기까지 올라오다니 ! 날개 잘린 울새가 여기까지 날아오다니 ! 얼핏 속삭이는 소리를 닮았지만, 그보다는 상처가 덧난 포도나무잎이 쉬이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소리. 


그 소리는 창을 한번 더 두드린다. 날개가 갖고 싶어. 가없는 경계 안을 추락하고 있는 그 무엇이었나?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았다. 죽음처럼 어둡고 죽음처럼 조용한 마을. 어제 어느 여자아이가 청록빛 풍선처럼 부풀어 죽은 집 한 채만이, 등불이 아직 꺼지지 못하고 있었다. 잎들아, 잎들아, 내게 모두 오렴 ! 그 여자아이가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친다. 나는 가장 낮은 수면으로 내려갔다. 어둔 수면 한가운데 동심원이 생기면서, 수정(水晶)처럼 차갑고 투명한 소리가 제 간격을 지키며 펴져나가고 있었다. 


떨어진 잎들이 조각배처럼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 여자아이가 벌린 은하수같은 입 안에서, 창백한 치아들이 하나 하나 떨어져 수면 안으로 뛰어들었다. 나는 그제서야, 그 아이가 생전 즈그만 날개 한 쌍을 옷속에 감추고 있었음을 기억했다. 내가 곰팡이와 이끼 낀 방안에서 그 아일 보았을 때. 은행나무잎 출렁거리는, 낡은 담장과 녹슨 양철지붕 아래서 그 아일 지나쳤을 때. 두꺼비 헌 집 속에서. 나는 그 아이가 죽기 전에 날개 먼저 죽은 것인지, 날개가 죽고 상심에 찬 그 아이가 그만 죽어 버린 것인지 혼란스러워졌다. 옥빛 치마가 활짝 펼쳐지며 깔깔 웃었다.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이니?


이 수면이 비추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 여기까지 내려온 삶을 우리는 삶이라고 부르지 않아 ! 그러나 새하얀 천이 그 아이를 꽁꽁 묶고 있는 것이었고, 포도나무 넝쿨이 바람에 더 서늘해지고 있는 밤이었다. 그 여자아이가 수면에 비추어보는 날개 한 쌍이, 어느 왕녀의 무덤에서 꺼낸 곡옥 귀걸이 한 쌍처럼. 나는 그 아이가 펼친 너른 날개가 오색깃털로 번뜩이며 밤하늘의 공기입자를 설레고 놀라게 만드는 것을 보았다. 가시철망과 포도즙이 술렁인다. 너에게 닿기 위해서 포도나무는 몇 번을 거듭 죽고 다시 태어냐야 할 것이냐 ? 바싹 애가 타오른 포도나무 넝쿨이, 누군가의 핏줄인 것처럼 꿈틀리며 내 주변을 기어다녔다. 혹은 저 높은 데에서 넝쿨들끼리 모여서 부슬부슬 잔잔한 소리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쳐다보았고, 내가 수면을 통해 그 아이를 쳐다보는 그만큼 더 깊어지는 밤. 검은 수면은 여전히 막막하고, 저 아래 수면 가까운 데서 수정(水晶)들끼리 대화하며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11-20 09:56:50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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