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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밟고 걸어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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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55회 작성일 19-11-21 02:03

본문

너의 자화상을 밟지 않고는 이 길을 갈 수 없는걸까

붉은 벽돌색 물감으로 이제 막 채색하기 시작한

그림 위를 지나가면 굵은 선 하나가 희미해져 가며

검은 흑연이 묻어 나오는 내 몸에서

오래 닳은 고무 지우개 냄새가 난다​

꽃을 그렸다 꽃을 지우고, 나비를 그렸다 나비를 지우고,

새를 그리더니 새를 지우고, 열매를 그리더니 열매도 지우고,

더 이상 그릴 것이 없는 생은 액자 속에 갇히는 것일까

한 점, 두 점, 느리고 신중하던 붓질이 반복 될수록 빨라지며

마구, 덕지덕지 덫칠을​ 하는 너는 언제나 뒷모습이다

눈을 지워도 볼 수 있고, 코를 지워도 향기가 나고

귀를 지워도 들리고, 입을 지워도 말할 수 있고,

가슴을 지워도 안을 수 있으면,

앞모습을 다 살아 버리면 거울 속에는 아무도 없는걸까


이젠 찢어버려도 아프지 않을 시간을 완성이라 부른다

스프링에서 찢어낸 도화지 조각처럼 둥근 눈송이가 내리면

하얗게 펼쳐진 지면위로 단숨에 그려질

너에게서 칼에 베여져 나간 연필 냄새가 난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11-25 13:19:56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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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부엌방님의 댓글

profile_image 부엌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비밀의 정원을 들어 갔다가 정문으로 잘 나왔습니다
정말 이제는 배우고 싶습니다? 싣딤나무 시인님 시는
! 아 너무 좋네요
제가 알수 없는 길이지만
오죽하면 전 오늘 타령을 썼네요
맨날 똑같아서 이제는 포기할 듯 합니다
힘 쪽 빠지네요^^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리니 쑥스럽네요^^
행복한 하루 되셔요^^

싣딤나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엌방님! 말도 않되요.

모두 자신의 시로부터 배워나가는 것 같습니다.
문창과 같은데를 가서 시의 기술을 배우는 것은 쉽겠지만
시를 쓰면서 나를 배우기는 쉽지 않겠지요.

아이가 맨날 거울을 보면 자신은 똑 같은 것 같지만
결혼식이나 집안 행사가 있어서 오랫만에 보는
사람들은 말합니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어른이 늙는다면
보지도 못할 거라고,

아이라는 비유가 또 저를 건방지게 만들고 님의 시를
깍는 일로 여겨질까 두렵습니다.
자신은 자신의 성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외로워서 시를 씁니다.
그런데 시를 쓰기 때문에 더 외로워집니다.

건강하세요. 날씨가 춥네요.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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