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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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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75회 작성일 19-11-28 20:10

본문



   



     마른 꽃





시작과 끝이 같은 말이라는 게 자꾸 무거워진다면

오월 목련꽃나무 밑을 가을에도 여전히 서성였겠다

물과 불을 떨군 그림자 앞에서 봄날의 그 이름

가만히 불러 보곤 했겠다

흑백 사진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탈색된 음성을

초록 짙은 그날의 기억으로 듣겠다

늘 열려 있지만

꽃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면 꽃은 없는데

꽃을 닫고 나오면 여전히 웃고 있는 꽃


더듬어 보아도 없고 안아 보아도 없더니


아침노을 붉던 자리에 붉어지는 저녁노을

마른 벽에 마른 꽃


손톱을 붙인다 입술을 그린다


여자가 없는데 여자는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12-02 13:55:37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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