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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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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630회 작성일 19-12-04 11:25

본문





나는 내 삶의 오욕의 한 구렁텅이에서 몇 번이나 첫눈을 맞았으나, 첫눈에게는 이런 내가 처음이었을 듯하다. 


나부끼는 꽃잎 끝자락에 불이 잠시 꺼져 가는 

쿄토 게이샤 거리의 그 주춤한 지붕들 아래에서, 

얼굴에 하얀 납칠을 한 마이코들이 

종종걸음으로 저녁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었다.


투명했던 창마다 붉고 찐득찐득한 것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때 하늘로부터 선득선득한 것이 내려왔다. 느닷없이 선사받은 부유하는 고통의 감각. 


나는 마이코가 사라져 간 거리를 보았다. 

기모노로 꽉 동여맨 몸 안에서, 

쿄토거리의 부패해 가는 돌계단과 

뜨거운 샘이 솟아나는 료칸의 이끼 돋은 방바닥과 

하얀 이 드러내고 웃는 요령 좋은 게이샤의 꾸민 꽃잎이 생각난다. 


순결하다면 순결한 첫꽃잎이 새하얀 다리 사이로 내린다. 고개 숙여 차가운 운하를 바라본다. 나무는 모든 잎을 잃었다. 그리고 나는 돌아갈 곳이 없다. 


눈은 날 선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갔다. 

형체가 점점 더 거리로부터 유리되어 모호한 쾌락을 닮아간다. 

나라는 집은 점점 더 비어서, 

머리를 질끈 동여맨 가게의 주인이

유리문을 잠그더니 곧장 집으로 돌아가 버린다. 


불이 켜져도 이 집은 외로울 것이고 

불이 꺼진대도 외로울 것이다. 

왱왱거리며 빈 집을 감싸고 도는 눈송이들. 

첫눈에게도 내가 첫남자였을 터이다. 

아니라면 이 많은 돌계단들을 어찌 걸어올라가

형형색색 수놓은 비단옷 속으로 

돌아갔을까?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12-06 11:55:07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자운영꽃부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일본 구경 잘 하다가 쿄토거리 저녁무렵에 지독한 고독을 맛보았습니다.

마이코들은 다 고등학생 정도여서요, 마이코들을 보낸 다음 제 애인은 눈송이들이었습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같은 글을 써서 제 연애담을 꾸며보려고 해도 제가 게이샤를 너무 알지 못해서......

싣딤나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절창이다 싶었는데
오늘은, 흠, 누가 서정시는 죽었다고 말했는데
죽었다고 진단했던 것들을 다시 살려 놓는 것은

대단하십니다.  눈과 영혼이 호사를 누립니다
미래가 당신을 기억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grail217님의 댓글

profile_image grail217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미치도록 훌륭한 시입니다..
정말 악마적인 감수성인가 봅니다..
감탄을 거듭하다가 나의 시를 돌아보게 됩니다..
첫눈은 같은 첫눈인데 이 처럼 황홀하게 아름다운 시가 될 수 있을까??
시어의 잠재능력을 확인하는 서정시의 싯귀들이 살아나며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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