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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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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80회 작성일 19-12-07 09:35

본문

구겨진 이야기

 

 

굽은 등 리어카 할머니는 자신을 줍고 다녔습니다.

골목 끄트머리

어제를 버린 폐지 구겨진 이야기 펴서 담습니다.

뉘도 없이 끌고 온 무거운 날

미어지는 가슴 열어 회색 하늘을 봅니다

공허와  배제된 거리에서

덤불 같은 삶을 더듬어 온 허구렁의 시간

매운 짐만 담겨있습니다.

가슴 한복판 씻기지 않는 앙금처럼

동부새 부는 날

열여덟 시집와 허리 펼 사이 없이

손발톱 젖혀지도록

바로 살기 위한 모진 바람 

눈물로 온몸을 깨물며

피 말린 조강지처 한스러움

잠 못 이룬 허다한 일들이 축축하게 그늘져 있었습니다

자식 못 낳는 설움

수탉은 여러 암탉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꽃살림에 남은 밭떼기마저 뺏긴 남편 

이십 삼년 전 앙상한 몰골로 죽었습니다

숯 검댕이 마음보다 남은 칼날 같은 세상

노파는 구겨진 인생을 끌고 고갯길을  

새벽이 허물어지기 전에 넘어야 했습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12-10 16:00:42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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