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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자운영꽃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65회 작성일 19-12-1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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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아침  

나는 후박나무 가지끝에 집 한 채가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바람에 건들건들, 그러나 굳게 닫힌 입은

아무런 역사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는 오렌지 껍질을 벗기듯

집의 침묵을 벗겨 본다. 내 피부의 안은 연약하다. 


그리고 공허하다. 

적요가 내게 알려주는 것은 없었다.

집은 희미한 시취를 남기며 

뿌옇게 열린 창안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이었다.


연이가 읽는 책의 열린 책장 안에 

사방 모서리와 모든 가구가 그저 흘러가는 

이미지일 뿐인 방이 있다.

내 안에 청록빛 이끼로 가득 덮인 

분노가 있다. 

그리고 연이는 사방 갈대잎들이 술렁거리는

눈부신 정원 속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집도 해체되어 갈대잎 안에 

숨어있는 것이다.

나는 그저 후박나무잎을 눈부시게 스치는

절정일 뿐인 그 이름을

끝내 말하지 않으리라.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12-13 16:26:56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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