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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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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14회 작성일 19-12-18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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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다만 너를 바꾸었을 뿐인데​

온 세상이 바뀌고 있었구나



나무젓가락으로 바닥을 긁은 자국마저 그릇을 수거해 갈 배달부와

복도 끝 계단 한 구석에 내놓은 사람이 주고 받는 암호 같았다.

창 밖에서 어떤 역사가 이루어져도 나의 고민은 짬뽕과 짜장 사이를 오갈 뿐이였다.

떨리며 소멸을 향해 기울어가는 유량계를 바라보면서

묵묵히 엑셀레타와 브레이크를 밟는 일이  본능으로 편입 되고 나면

고민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신호등을 피해가기 위해 우회로를 찾는 정도였다.

오래 그을린 굴뚝처럼 새까만 뒤통수를 보이며

공중에 홀로선듯 사내들이 담배 연기를 피워 올리는 날이 있다

먹장구름은 하늘을 바꾸며 햇빛을 가리는데, 세상으로 뛰어드는 저

한 방울, 한 송이 홀홀단신들은 투명과 하양 사이를 오가며

제가 떨어진 자리에 스며들며 한 점씩 밑바닥을 바꿀 뿐이다.


휴지를 서너 칸 풀어서 입술을 닦았고, 또 그만큼을 풀어서

책상 위에 떨어진 양파와 짜장 방울을 닦았고, 서랍을 열어서

이쑤시개와 담배를 찾았고, 돌아서서 이를 쑤시려고 창문을

열었고, 이쑤시개에 붙은 것을 몰래 떼어내려고 다시 휴지를

들었을 뿐이였다. 지면은 매운 안개로 가려져 태초처럼 울렁

거렸고 나는 막 떼어내려고 끝을 잡고 있던 두루마리 휴지를

통째로 놓치고 말았다. 어, 어, 어


그 해에는 6월에 첫눈이 내렸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19-12-26 11:34:09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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