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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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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93회 작성일 20-01-05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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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쌈


석촌  정금용




나비가 되지 못한 누에의 

구름이 되다 만 목화의, 진초록 삼나무의

주검이 스며든

베틀가는 그냥 노래였을까


명주실이, 무명실이, 삼실이 된 생명들의 

이루지 못한 사무침이 

한 올 한 타래로

가로와 세로로 겹쳐 날줄과 씨줄로 엮이고 엮여

갖가지 고운 색 한 필의 헝겊으로

한기를 덮어 온기를 담는 이불로 요로

속이 되는 

겉이 되는


고치로 

다발로 물레 돌려 뽑은 정성을 잇고 이어

북통에 매달려 엉키지 않게 꼬이지 않게 골똘했을 

도투마리에 사린 북 들어 씨실을 틀어 

 

형틀 같은 베틀에 묶여 서린 한을 털어내 듯

밤낮없이 베를 짰던 아낙네뿐 아니라

지어 입은 곱상한 누구라도


여겨보는 

누구라 없어도 누구나

한 번뿐인 생을 한 필의 피륙같이 

자기가 자기를 길쌈하는 줄

알까 모를까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1-06 09:36:29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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