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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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99회 작성일 20-02-04 20:23본문
올이 한 가닥 쭉 당겨진 아내의 실크 스카프에
마땅히 둘 곳 없는 시선 한 자락이 자꾸만 당겨진다
어떤 열기에도 녹지 않을 것 같은 시계를 들여다보는
아내의 시간이 또각또각 지나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너의 목소리가 그림 속의 시계처럼 울렁이며 시간을 건너온다
*저 그림 속의 시간에 만나요
우리의 약속 시간은 빈 나뭇가지에 걸린 마지막 잎새였고
책상에 엎드려 졸다 교과서 한 페이지에 흘러들어
울퉁불퉁 말라붙는 침방울 이였고
목줄을 휘어진 시계 바늘처럼 끌고 같은 자리를 맴도는
짐승의 당겨진 목이였다
바늘에 꿰어진 시간은 늘 짧아서 매듭을 지으려고 끝을 당기면
울렁울렁 솔기가 울었다
매듭을 놓치면 바늘구멍 같은 추억을 남기며
울었던 자리가 반듯해지면 솔기가 벌어졌다
운다,
뾰족한 시계 바늘 끝에 걸려
평평하던 시간에 너울이 진다
길이가 짧은 내게 끝을 맞추며 매달려
너는 프릴처럼 사랑스럽게 운다
빠져 나가는 올 한 가닥을 눈치 챈
뜨개옷처럼 한 쪽이 풀어지며 운다
다급한 시침질을 느긋이 당겨 펴지 않아
영문도 모르고 운다
어린 시절 핏줄을 타고 머릿속까지 들어간다는 바늘이
내 안을 꿰고 다녀 꼬지에 꽂힌 어묵처럼 나도 운다
바늘에 꿰인 미간이 울고
일그러진 시계가 두 볼을 타고 흐른다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 기억의 지속
댓글목록
브루스안님의 댓글
브루스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싣딤님의 글은 항상 잘 읽고 고맙습ㄴ다
풍부한 어휘력과 문학적 상상과 사유
연말 대상은 도깨비같은 어떤
미친 년이 미인계를 썼는지
가로채고 쌩가는 바람 에 놓치셨지만
그나마 본선에도 못닿는 본인은
그저 마걸리나 마싶니다
시보다는 가슴이 찢어지는 소설을 써서
노벨에 도전하고 본인도 만족하는
글을 쓰고 싶은데 시간이 아쉽네요
감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