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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우니*에 불던 바람(퇴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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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15회 작성일 20-03-19 00:56

본문

너우니*에 불던 바람


창가에핀석류꽃



저기 물그림자 이마에
곤곤한 생각들 앉았다 간다

눈 밑 차오르는 물이랑 사이
신바람 돌리며 가던 아홉 살
시오리 길이 걸어 나오고
친구 따라가던 깨금발은 언제나 웃고 있었지

어룽거리는 너우니 강 건너 밤섬 작은 집은
원철이* 외가댁

움푹한 양재기에 식은 밥 된장찌개 갈치 한 토막
겹겹의 그림자 걷어내고
아람 쏟아지는 밤나무 아래
꼬마 둘 함박 함박 재미 줍고 있었지

좁은 다리 뒤뚱이며
하동 팔십 리 먼지 날리는 버스 가고 나면

동쪽 달빛에 산 그림자 우는 밤

엄마 부르며 울다 간 춘우*의 애절이 백사장을 덮고
찰랑이는 춤사위, 시름 풀던 장구 소리에
흰 그림자 어른거리지

다목적 이름 앞에 쏟아진 골짝들
하늘 젖어 누운 반백 년에
귀뚜리 우는 저녁 진양호晉陽湖*

칸델라 불빛 감싸 안은 달무리 안에
금빛 잉어 걸어 다니고
인적 끊긴 낚시터에 흔적 없는 도선渡船의 궤적만 철썩거리지

소슬바람에 풀리는 반세기 물빛이
가위바위보 오르던
삼백육십오 계단에 푸르다

층층




*진양호가 형성되기 전의 지명, 진양호 바닥 가운데로 수몰되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서 전학 온 친구 이원철
*아동유괴사건으로 생매장 당해 죽은 사건의 주 인공
*경상남도 진주시 판문동 등 4개면에 걸쳐있는 다목적 댐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3-21 11:54:05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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