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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칼라피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67회 작성일 20-03-2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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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누군가 뽑아주기를 기다리며 돌아서있는 등
어느 시인의 잠이 한 권 꽂혀있다

어느 날,
네모반듯한 잠을 깨우려다가
빳빳한 종이 날에 손가락을 벤 적도 있다

누군가의 무엇이기에 돌아서면 제목 한 줄뿐일까
그는 일생의 마지막 여기로 왔을 것이다

등을 보인다는 것은
우리의 손을 갈망하는 자세
읽히고 싶다

저렇게
나를 한 권 묶은 것도
당신이 지어준 이름이다
방으로 돌아와
타인의 침 묻은 손을 기다리다가
빳빳하게 굳은 아침
한 장 넘겨준 것은 창문 밖 참새 떼였다

그들을 내 생의 유일한 독자라고 하면
내가 있는 까닭이 될 것이다

아무도 읽지 않아 빛바래간 몸
우연을 위해 여기 꽂아있는 것처럼
나를 지은이는 누구일까

뒤 돌아설 때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한 줄일뿐
뽑아주기만을 기다리는 등이다

이 낱장의 종이가 하루씩 모여 한 권이 되는 날
딱딱한 잠에 들 것이고
녹슨 바퀴 소리 따라
누군가에게 돌아가는 길
노인이 앞장 선다

고물장수의 리어카 위에서,
무엇이 된들
버려짐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우리는 모두 고물상에 모일 것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3-30 17:08:16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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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서점 가는 일이 한달에 한 번도 힘드네요.
뽑아주길 원하는 책들에게 미안도 하고 약간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집에 있는 책들도 주인을 잘 못만나 뽑아주길 포기하진 아닌가 싶네요.
등만 보여 주는 책들의 가슴을 열어봐야 겠어요^^
늘 건필하소서, 칼라피플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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