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해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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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606회 작성일 20-03-26 08:24본문
밤의 해변에서
바람 앞세우고 걷는다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들이
허공에서 씨줄과 날줄로 엮이다가
찢어진 깃발처럼
화들짝 놀라며 비명을 지른다
길 잃은 새들은
회상의 고도로 어둠에 길을 새기고
그리움 저편의 안부는
버려진 사구에 축축한 머리를 박고
눈썹에 매달 수 없는
인연의 무게에 대해서는
오래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사랑이라는 게
때로 지독한 역설이듯이
안개꽃 자욱했던 식탁은
새벽 야시장처럼 버려지고
투명한 잔에 묻었던 온기는
돌아선 벽에 머리를 부딪쳐
부서지고, 깨지고, 피 흘리고
잠들지 못하는 수평선은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는 슬픔 끌어안고
서럽게 제 이름 부르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바람은 앞서가는 제 발자국 밟으며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아무도 잠들 수 없는 밤이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3-30 17:13:03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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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중매력님의 댓글
이중매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섭에 매달 수 없는 인연'
캬, 절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