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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나무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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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23회 작성일 20-04-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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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나무 다시 보기


석촌  정금용



 

땡볕이 쏘아보는 눈독을 피해 

떠돌이 매미 불러 한여름 노닐더니,

그 초록으로 가득한

가슴에 물이 들어 가슴에 불이 붙어 땅바닥을 어질러 놓고는

빈 가슴 적시는 이른 봄비 속에 우산도 없이 

우두커니 서 있길래 

볼품없이 거덜 난 살림살이인 줄 알았던 키 큰 나무

 

어느 해맑은 늦은 봄날 다시 보니

 

보이지 않았던 이파리는 긴 팔 소매가 되고  

하늘하늘 맺힌 꽃은 나무의 해사한 얼굴이 되어 


그 소맷자락 흔들어

무희가 추는 빼어난 춤을 추어

먹이 찾아 바삐 날던 새들이 쉬어갈밖에 없는 휴게실을 차렸다

바람난 벌 나비 무시로 드나드는 

곱게 치장한 웃음꽃 즐비한 노천카페뿐 아니라

띄지 않으려 엎디어사는 이웃에 방 한 칸 거저 내주는 

무허가이긴 해도 거미집 몇 채 가진 

부동산 알부자였다 


길게 뻗은 나무는, 땅에서 하늘로 허공을 곧장 

건너가는 외나무다리였고

흔드는 바람을 무시하고

건너도 괜찮다 흔드는 푸른 깃발이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5-04 09:00:08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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