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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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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고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40회 작성일 20-04-2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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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꽃


아모르포팔루스 티타눔

죽음을 가장 우아하게 안을 수 있는 체위

 

살아 있는 것들이 자신의 죽음 훔쳐보려고

까치발로 일어선 코 손에 쥐고

마지막 남은 숨결처럼 비명과 탄식 뱉어낼 때

  

나는 투명한 유리관에 누워

찬란하고 뜨거운 부패의 길 걷고 있었지

      

깨어날 수 없는 잠 보랏빛 꿈속에 묻고

이집트의 장미처럼 우아하게

어둠이 잉태한 사랑의 아픔 노래하고 있었지

 

그들도 오지 않은 것 알아야 하기에

 

유월의 햇살보다 더 강렬한

흙냄새처럼 향기로운 입술로

달아나는 영혼 끌어안고 입 맞추며

 

썩어가면서 맑아지는 시즙처럼

욕망의 찌꺼기 더러워진 피와 살 다 녹아

언젠가 마주 하게 될 그 순간 환하게 보일 때까지

 

나는 살아서 썩어가고 있었지

찬란하고 뜨거운 부패의 길 걷고 있었지

 

아무도 모르게

죽어서 사는 길 찾고 있었지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5-04 09:00:08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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