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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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599회 작성일 20-06-05 09:45본문
어제 오늘 비가 내렸습니다.
눈 먼 송아지 풀잎을 씹는
그것의 정소(精巢) 안에서도 비는
여지 없이 내립니다.
사립문을 닫고 조용히 비가 두드리는 지붕을
듣습니다.
나는 살아도
저 투명한 물 위 뜯겨져 발 동동 구르며 떠다니는
엉겅퀴풀잎처럼 살겠습니다.
빗소리가 내 혼잣말을 듣습니다.
살아가렵니까? 사립문 바깥에는 이미 아무도 없는데.
부르튼 당신의 발 울며 닦아주는
저 먼 바다소리 들리십니까?
당신은 저 심연 어디까지 들어가렵니까?
빗소리가 텅 빈 내 혈관 안으로 들어옵니다.
외양간에서는
송아지가 쿨럭 쿨럭 각혈을 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뜨거운 순간으로 환원하여 오직 하나의 빛깔 비린내로
차가운 땅 위에 내던지는 것입니다.
꼬리를 간혹 휘둘러
모기처럼 왱왱거리는 흉통에 매질을 하면서
송아지가 빗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저 가슴 속 깊이
참을 수 없이 근질거리는,
가슴 속 깊숙이
무언가 간절한 것이 영원히 문을 닫는,
칼 끝으로 후벼파는,
살아도 이것을 들으며 조용히 구름 바깥으로
능선 바깥으로 봉우리를 이루는 높고 외로운 형체 바깥으로
물러서며 살겠습니다.
그대여,
이 투명한 빗줄기 안으로
들어서지 말아주세요.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어릴적에 빗소리가 좋아
온종일 비 내리는 처마 밑을,
즐거이 서 있기도 했더랬습니다만,
송아지의 정소에서도,
지붕에서도,
빗소리 들린다니,
졸리운 아침을 깨우치는 감수성에 눈과 귀를 똭,
똭 하고 열게 되는 시입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며칠 전 비가 계속 내리기에 그 비와 어릴 적 보았던 비의 기억이 겹치더군요.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플멘66님의 댓글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문제점을
보려면 거울을
보아야 잘 보죠
거울속에
해답이 있을 것
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감사합니다.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풍경을 그려가는 동안
빗소리가 가슴속 깊이 무지갯빛 자수를 놓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듭니다.
힐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머물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은미늘님의 댓글
작은미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빗소리가 너무 멋집니다.
부럽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멋지고
너무 좋습니다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과찬이십니다.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