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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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46회 작성일 20-06-17 15:22본문
6월 감정
수국의 결백이 흑백으로 가려 질 무렵
아카시아는 죽음을 결단했다
애도의 축문소리가 북북 찢는 허공의
굳은 심장을 불리며 구름의 속성이 쏟아졌다
오른쪽 귀는 나무에 걸어놓고
왼쪽 귀는 바깥의 숨을 더듬는다
꽃이 떠난 뒤 바람을 맞아들인다는 약속
영원의 줄기 끝에 매달린 변명은 그리움의 낙서를 지운다는 빗줄기
후끈한 수피와 그 바깥을 가르는 차가운 소리
벽을 잡고 각혈하는 붉은 피투성이
장미 꽃잎같은 울음이 차 오른다
저 빗길을 흘러 가
어느 무인도에 닿아 기러기로 앉았다가
파도에 잠겼으면 좋겠다는 유쾌한 아이디어
순간 떠 오르다 인어에게 먹히고 마는
문득 사라지고 없는 나를, 그래 나를
한바탕 떠들썩하게 찾는 소리가 명랑하다
민들레처럼 삭발할까
네잎토끼처럼 잠적해 버릴까
벌렁벌렁 담쟁이넝쿨 부정맥 경고음
빗소리에 방전된 오래 된 비명들이 날아 올랐다
시나브로 푸른 그늘을 지우고 붉은 울음을 채우려는 듯
빗줄기는 장대를 들고 구름의 등줄기를 후려친다
후박나무 넓은 가슴팍에 6월이 한쪽 어깨를 벗겨 기대자
비릿한 비 냄새를 터는 푸른 잎들이 노골적인 표정을 드러낸다
무인도에서 막 돌아온
기러기들이 수국옆에 앉아 북북 찢어 진 먼 얼굴을 꿰맨다
퉁퉁 부었던 그리움 몇 마리
아카시아 무덤가에 자지러졌다
사소한 죽음이 후박나무 잎에서 부활한다
댓글목록
피플멘66님의 댓글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카시아는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니랍니다
선택권 같은 것은
없었던 거죠
그저 시절따라
꽃이 질때 되니
진 것 뿐 입니다
아카시아 꽃이
진 사실을
죽었다고
하는 것은 오독 이십니다
아카시아 진
자리에 열매를
맺은 것 같
습니다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초안산의 아카시아는 죽음을 결단하였고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흠뻑 맞은 감정이
오독이네요
열매를 맺었으니 다행인가요
결단하였다고 다 죽는 것은 아니니까요
재밋는 댓글 감사로 마무리~~~~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국 아카시아 민들레 네잎토끼 후박나무///
참 장미도 비치는군요
이런 저런 유월의 감정들
슬그머니 훔치다 갑니다
하늘시님의 댓글
하늘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정쩡한 6월이 지나면
훅한 감정이 또 올라오겠지요
오랫만에 뵈니 더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백록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