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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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7회 작성일 20-06-21 13:02본문
난, 그대가 섬이 되었으면 했다. 그것도 남태평양 어느 연록빛 파도가 스스로의 격정을 부드러운 손길로 잠재우고 있는 산호가지가 되거나 진주알이 되었으면 했다. 겹겹이 바윗돌같은 껍질에 에워싸여져 영롱한 球가 되어, 섬세한 연약함을 매운 지조로 바꾸어주었으면 했다. 야자수 열매나 파파야 향기, 높게 펄럭이는 나뭇잎들의 詩, 땅위를 구르는 야자열매 깨진 틈으로 찰랑거리는 향그런 금빛 술이 그대였으면 했다.
버려진 섬들이
물거품이 되어가고 있다.
어머니께 여쭈어보아도
아시지 못하는 꽃들의 종류가 황야에서 늘어가고 있다.
그대가 섬이 된 것은,
내가 섬에서 가장 높은 산 정상에 올라가
꽃숭어리처럼 정결하게 쪽빛 바다에 솟아오른 섬들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그대가 섬이 된 것은,
무엇이 그대를 이끌어서인가.
꽃들은 저마다 알 수 없는 숨결로 열대과실의 그 농익은 벌어짐으로
내게 말해 온다.
"너, 떠나가라. 그것이 시베리아 설원 흰 늑대들이 배회하는 장소이든,
시간이 톱니바퀴들의 정교한 움직임으로 윤회하는 첨탑의 그림자 속이든,
어느 소녀가 굶주려 죽어가는 이끼 낀 부도탑(浮屠塔) 곁이든, 너 떠나가라."
그 모든것들은 찰나의 순간에도 나고 또 죽어간다.
나는 섬에서 가장 빽빽한 검은 숲 넝쿨이 엉키고 엉켜 무수한 맥류(脈流)가 거친 비늘과 가시를 뿜어내는 곳으로
찾아간 적 있다. 폐 속에 毒을 그득히 담고 갔었다.
거기에 작은 얼굴이 돌처럼 놓여 있었다. 그것은 굳어 있었으나 열대의 꽃이 몇송이 그 위에 고여 있었다.
그것은 금 가 있었으나, 만지면 연분홍 고운 피가 손가락에 묻었다.
나는 한동안 혼자 거기 있었다. 나 혼자 금빛이었다.
너른 하늘이 쪽빛으로 펄럭이는,
나 혼자 고독하였다.
그렇게 해서
나는 섬을 떠났다.
그때 얼굴을 흙 위에 박고 엎드려 있던 그 새 한 마리가
어떻게 겹꽃잎 얇게 펼쳐 수집은 표정을 얻어 십자가가 되었는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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