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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긋과 해후의 착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15회 작성일 20-06-23 13:17

본문



힐긋 과 해후의 착시                /                이 종원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가다가

몰려 들어오는 태양에

감았던 눈을 한 뼘 늘리고 나면

머리카락 사이 맑은 호수에 시선이 빠지고 만다

사심을 들키지는 않았을까

미니스커트 큰 키가 옷깃을 여밀 때

나는 눈부심을 핑계 삼아

물살을 오래 거슬러 오른 것은 아닌지

짐짓 시선이 허우적거리는 사이

교행하던 눈동자가 힐끗을 나무라고 지나간다

힘들게 올라섰던 계단을 내려놓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빛의 꼬리를 붙잡으러 오던 길로 돌아선다

잔상을 기억해가며

반짝거리던 물비늘을 걷어내었지만

실밥을 뜯어내듯이

봉쇄되었던 시간이 밀물처럼

주머니에서 새어 나가는 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기역으로 꺾인 골목에서

나는 그예 향기를 놓치고 만다

홀로그램이었을까

곡선을 따라 흐르던 바람 소리였을까

시간 속에 가둬두었던 생각이 구르지 못하고

네모처럼 때로 세모처럼

발목에 매달린 무게로 구속한다

개찰구 안으로 사라져가는 좌표를 놓아주고

실루엣만 어깨에 두른 채

또 다른 햇살이 바람에 실려 오기를 바라며

지친 계단을 무심히 오르고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6-25 11:07:49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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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약간은 흥미롭고, 고개를 끄덕여 봅니다.
여름 한낮에 있을 만한 광경
짧은 시간에 벌여진 일을 시로 엮을 정도니 대단 합니다.
순간 포착이 전 안되는 쪽이라...
오랜만에 시인님의 시원한 붓놀림에 취하네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이종원 시인님.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시인님의 눈빛보다 예리하지 못합니다. 詩力이 좋지 못해서 놓치는 것이 많습니다.
늘 좋은 시선으로 보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지요 건강하셔서 좋은 일들이 주렁주렁 열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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