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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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최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12회 작성일 20-06-23 20:44본문
시멘트 꽃
5월 새벽, 아파트 1층 통로에
붉은 꽃이 난자하게 피었단다
너무 선명한 색깔에 놀란 사람들이
흙으로 급하게 덮었단다
예고도 없이 핀 꽃
뿌리도 없이 핀 꽃
떨어져야만 피는 꽃
뿌리를 어디에 두고 낯선 곳에 와서
외로이 피었을까
아파트 21층에서 떨어져 예고도 없이 핀 꽃이
비닐봉지에 쌓여 쓰레기처럼 치워졌단다
관리소 기사는 그냥 액땜했다고 치란다
왁스로 몇 번이고 흔적을 지웠지만
잘 지워지지 않는단다
뿌리도 없는데 얼마나 서러울까 하여
소주 한 병을 물 주듯 주었더니
시멘트 바닥에 더 선명한 꽃으로 피었다
벚꽃도 흔적 없이 다 떠났는데
시멘트 바닥에 핀 꽃은 한 달이,
일 년이 지나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토록 미련이 남으면 왜 21층에서 떨어졌는지
살아서 더 고운 꽃을 피울 것이지 ……
그를 잡지 못한 9월, 제대로 펴보지도 못한 꽃이
지워지지 않은 꽃으로 내 마음에 한 송이 피었다
댓글목록
피탄님의 댓글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보드라운 흙에 피었어야 할 꽃이 시멘트에 피었으니 액땜밖에 안 되는군요. 참 야박한 세상...
대최국님의 댓글
대최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죽으면 쓰레기처럼 치워지는 세상이 바로 이 세상이더라구요.
야박한 세상 맞습니다.
정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런 야박한 세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