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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의 바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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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645회 작성일 20-07-06 15:55

본문

사과의 바깥



사과의 바깥 움푹 파인 곳에 이르면
수없이 묻던 새와 바람의 안부가 들린다.

과도에 잘려 나가는 사과 껍데기 주위로
날벌레들이 농산물시장을 소쿠리째로 물어왔다.

시린 사과나무 밑동이 비스듬히 이불을 덮고
맨얼굴보다 실리콘 피부에 익숙한
동네 장의사가 천원짜리 풋잠을 청한다.

요단강 같은 횡단보도가 전화를 걸어오면
버스는 불현듯 싸락눈으로 덮이고
등짝이 얼얼한 뭉개진 바깥들이 차에서 내린다.

이봐요, 요단강씨, 오해였다구요,
함부로 바깥을 나다닌 건 실수라니깐요,
더러운 발자국은 구린 냄새를 피우며 생을 변명한다.
그러나 뚝배기 바깥으로 떨어져 나간 살점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비린 생선냄새 앞을 서성이는 장터의 여자가
연신 군기침하며 물컹한 안을 살찌우고 있다.
수조 속 생선이 문득 바깥으로 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

끼니를 거른 채 돌베개에 머리를 기댄
한무더기 별들이 반나절을 절인 배추를 다독이고
마당의 아름드리 느티나무는
밀린 빨래들을 가지에 널고 있다.

다시 사과를 바라본다.
야윈 손으로 깍던 그의 껍데기를 생각한다.
생각하면, 소쿠리에 쌓여 소복한 바깥들,
별빛과 바람과 푸성귀의 숨결에 버무린 계절과 함께
열어젖힌 늑골 안 더운 숨과 함께
시래기국처럼 끓고 있다.

그러므로 바깥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낡아져 벗어버리면 또 다른 바깥이 있을 뿐,

안주인을 연애하는 바깥주인처럼,
오두막 무너질 날이 이를 때에 닥쳐올
스러짐의 올바른 자세를 보이려고,
지금도 과도는 생의 바깥을 깍고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7-09 10:27:32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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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따순 댓글 고맙습니다.
언젠가 벗을 바깥,
또 언젠가 다가올 더 큰 바깥에 대해,
며칠밤을 지새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수상한 계절에 몸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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