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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네(箱根)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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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03회 작성일 20-07-20 00:15

본문



하코네(箱根)를 찾아서 



핀 끛은 돌아갈 데가 없다. 눈송이를 맞다가 보면 북녘을 향해 더듬어 인동초 뿌리 사이를 기어나가는 터널을 지나게 된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높게 오르고서야 

비로소 

손길 새하얀 샤미센 

소리 들려오는 것이었다.    


굽이치는 비단 옷자락 서걱거리는 석등(石燈)이 있다. 

쓰다듬으면 털이 온통 곤두서는. 

한 발로 서서 삭풍을 향해 가슴 내미는.  


눈썹까지 얼어붙고서야 

마루바닥은 반질반질하게 검은 빛으로 닳았다. 


꼬리 일미터는 될 수탉이  

서까래 속에 앉아 있다. 


밤이면 창을 열고 

졸졸 흘러가는 소리 들려오는 

아래 암흑을 향해 오줌 누었다. 

눈송이 내려오는 따스한 허공. 

내 오줌 속에 섞여드는 파르스름한 산의 소리. 

내리는 눈송이들이 삼나무 가지를 건드리는 황홀한 소리.


내 귓속은 

그 많은 소리들이 투명하게 지나가는 

겨울하늘 같았다.

반사하려 해도

마음은 반사할 길 없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7-26 12:46:58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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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profile_image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살아가면서 남들은 다 행복해 보이는데 왜 나만 이리도 고통스러운가?
세상의 모든 칼날이 왜 나의 심장만 겨누고 있는가?라는 한심한 생각을 한 적이 참 많습니다.

그동안 나의 고통의 멍에가 당신 때문에, 세상 때문이라고 탓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고통을 참고 견디며 눈 내린 설산을 오르기보다 그저 산 아래에서 정상만 바라보며 아름다움의 허상만 좇으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귀가 먹먹해지는 고통을 참고 견디며 저 높은 설산을 올라야지만 비로소 아름다운 샤미센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시를 통해 다시 한번 나의 심장 속에 각인시켜 봅니다.

좋은 시, 고맙습니다. 시인님!

봄빛가득한님의 댓글

profile_image 봄빛가득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출근하여 사무실에서 이 시를 다시 읽었습니다. 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저는 아직 일본은 가 보질 못했는데, 언제 기회가 닿으면 한번 꼭 가보고 싶네요. 활기찬 월요일 아침 맞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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