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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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21회 작성일 20-07-24 20:59본문
가을 동백 (大夏)
-벨라-
서해에서 달려 온 바람이
동백꽃 축제 소식을 흘리며 지나간다
바다를 바라보는 왜목마을
허술한 식당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불판 속,
하얀 소금밭 위에 등 구부린 채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대하들을 바라본다
불판에 열이 더해 갈수록
대하의 몸은
해풍을, 무른 거품으로 뱉어내고
파도의 시간을 선홍 핏빛으로 물들이며
한 입 두 입 피어나는 붉은 꽃 이파리들
계절의 등고선을 수없이 넘고 또 넘어
막막한 수심의 깊이를 가늠하고서야
텅 빈 몸속을 타고 올라가는
굵직한 물관의 소용돌이 만들었나?
꽃 이파리 한 장 피우려고
후려치는 해일의 채찍을 견디고
또 한 차례 파도를 타며
굽은 등줄기에 둥근 흉터를 남겼나
싹 틔우지 못한 꽃씨처럼 몸을 말아
솟아오르는 지난날의 격랑을
조용히 가다듬으며 더욱 붉어지고 있다.
이들에게
저 거친 바다는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였겠지만
파도의 지형도를 뼛속까지 새기며
드넓은 바다에서 곱사등으로 살다가
드디어 탐스럽고 붉은 꽃으로 피어난다
선홍빛의 꽃잎이 하나 둘 피어나는데
짙푸른 안개가 허공에 흩어지며
시큰하게, 눈두덩이를 붉게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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