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쥬스 > 우수창작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우수창작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우수창작시

     (관리자 전용)

☞ 舊. 우수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창작의향기 게시판에 올라온 미등단작가의 작품중에서 선정되며,

 월단위 우수작 및 연말 시마을문학상 선정대상이 됩니다

우수 창작시 등록을 원하지 않는 경우 '창작의 향기' 운영자에게 쪽지를 주세요^^

(우수 창작시에 옮겨진 작품도 퇴고 및 수정이 가능합니다)


포도쥬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513회 작성일 20-08-09 08:11

본문



사방이 암흑이었고, 등불 켜진 곳 주위만 조금 암흑이 내몰려져있었다. 여자가 온 것은, 도개교가 높이 올려지고 한참 뒤였다. 도개교도 보이지 않았고, 여자도 보이지 않았다. 글라디올러스 구근(球根)이 투명한 유리컵 물 속에 반쯤 잠겨있었다. 


나는 며칠 전부터 치통을 느꼈고, 글라디올러스 구근 곁에 덜 숙성된 치아 하나가 떠있었다. 검은 벽들을 따라 걸었다. 밤하늘을 갈라내는 예리한 가지들과 무성한 잎들이 꿈틀꿈틀 위로 기어올랐다. 혈관이 피부 위로 불뚝 솟았다. 떡갈나무 성채 안으로부터 밤 새 유리종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자는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자기 혈관을 끊었다. 여자의 혈관은 금 간 투명한 유리 같다. 여자는 둥글게 뭉쳐져서 유리컵 물 속에 반쯤 잠겨있었다. 물에 부푼 거울의 껍질이 조금씩 벗겨질 때마다, 눈알 하나는 위로 떠오르고 다른 눈알 하나는 바닥으로 영원히 가라앉았다. 글라디올라스 구근은 반으로 잘려져서 상반신은 강 이쪽에 하반신은 강 저쪽에 버려져있었다. 


나는 포도쥬스가 담긴 투명한 글라스에 별빛도 투과하여보고 나뭇가지에 간드라지게 걸린 작은 호롱불빛도 투과하여본다. 글라스에 손을 대자 글라스 안쪽으로부터 도시 절반의 불빛이 한꺼번에 꺼졌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8-11 14:56:57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빛날그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빛날그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단아한 시 잘 읽습니다. 밤의 이미지를 따라가는 솜씨가 날렵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시제의 문제와 제목이라는 시제의 문제만 조금
해결하셨으면 하는 바람 내려 놓습니다. 즐거운 일요일 밤 되시길...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시간은 일부러 섞어놓은 거구요, 사건들도 섞여 있습니다.

프라하 카페에서 마셨던 포도쥬스와 밤 - 그런데, 포도쥬스를 따랐던 글라스에서 어린 시절 글라디올라스 구근을 키웠던 그 글라스를 떠올렸구요. 포도쥬스를 마시는 시점은 현재, 그런데 글라디올라스는 과거입니다. 그런데 나는 현재 치통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 치통이 과거의 글라디올라스를 그녀가 찾아온 오늘밤과 연결시켜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밤 온 여자 - 그 여자로부터 나는 언젠가 보았던 강물에 떠밀려왔던 익사체를 연상합니다. 그 익사체가 부풀어 물에 떠있던 것으로부터 글라디올라스를 연상하구요. 여자 -> 글라디올라스 -> 글라디올라스를 담은 글라스 -> 글라스에 담긴 포도쥬스 -> 쾌락으로 연결됩니다. 이 시에서는 시제나 시점같은 것이 의미가 없는 세계를 의도하였습니다.

원래 이런 변화하는 시간과 시점, 상징들 속에서 영원한 것에 해당하는 환상을 끄집어내고 싶었는데, 제 역량이 아직 거기 닿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만이, 마르셀 프루스트 냄새가 너무 나서요. 마르셀 프루스트도 이미 낡았고.

그리고 시가 너무 안정적인 것도 싫구요. 처음 이런 시를 쓸 때만 해도 곳곳이 덜컥거리고 불안정적이고 비례가 맞지 않고 하는
거친 힘이 있었는데요.

제목을 포도쥬스로 바꾼다고 했던 것이, 깜빡했네요. 밤이라는 제목은 그냥 임시로 붙여두었는데 깜빡했습니다.

빛날그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빛날그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포도주를 마시는 밤, 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성인에게 포도쥬스는 좀 해롭지 않나요?
밤에는 은근한 포도주 한 잔 하면 딱인데요.
그걸 우리말로는 십문칠, 이라고 합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그때 포도쥬스를 마셔서요. 저는 경험한 것만 쓰기 때문에, 상상해서는 잘 못씁니다. 원래는 익사체이자 글라디올라스였던 여자와 포도쥬스를 마시는 것으로 끝맺음하려 했는데, 그때 포도쥬스를 함께 마신 사람이 남자여서요, 상상으로는 도저히 못쓰겠더군요. 그래서, 여자는 빼고 나만 포도쥬스를 마시는 것으로 했습니다. 

포도쥬스는 이 모든 것들이 궁극적으로 연결되는 쾌락을 상징해서 그것을 제목으로 하려고 생각했습니다.

빛날그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빛날그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쬬 위에서 말씀드린 바 있는데...자신의 시를 설명하는 순간,
그 시는 생명이 끝! 단호하게 말하는 것 보이시지요?
설명하지 마십시오. 그럼 이만~
암튼, 열정에 다시 박수 세 번 "짝" "짝" "짝"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군요. 하지만 제 시에 대해 오해하는 분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해서 한번 설명해보았습니다. 그냥 내용 없이 꾸며쓴다고 오해하는 분도 있고 해서요.

박수 감사합니다.

Total 6,185건 2 페이지
우수창작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6115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08-13
6114 미소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0 08-13
6113 나싱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08-13
611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08-13
611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8-12
6110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0 08-12
6109
유월의 곡우 댓글+ 2
최경순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0 08-12
610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0 08-12
6107
나의 눈에는 댓글+ 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0 08-11
6106
오래된 싸움 댓글+ 9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2 0 08-11
6105
바늘귀 댓글+ 2
보푸라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08-11
6104
풀등 댓글+ 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 0 08-11
6103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 0 08-09
6102
칼금같이 댓글+ 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8-09
6101 미소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 0 08-09
6100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1 08-09
609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0 08-09
6098
어떤 책 댓글+ 2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8-08
6097 백마술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08-07
609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08-06
6095 정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7 1 08-01
6094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0 08-05
6093
칼의 퍼즐 댓글+ 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0 08-05
6092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0 08-05
6091
우아한 유령 댓글+ 1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0 08-04
609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0 08-04
6089 화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08-04
6088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 0 08-04
6087 겨울숲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 0 08-03
6086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8-03
608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08-03
6084
불면증 댓글+ 6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8 0 08-02
6083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08-02
6082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5 1 08-02
6081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 08-01
6080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 0 08-01
6079 이기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5 0 08-01
6078
도로 댓글+ 1
느지막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08-01
6077
수의 댓글+ 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 08-01
607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08-01
6075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 0 08-01
6074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 0 07-31
607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7-31
607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0 07-30
6071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7-30
6070 석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07-30
6069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07-30
606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07-30
6067
댓글+ 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07-29
606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07-29
6065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6 1 07-28
606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0 07-28
6063
마마의 카페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0 07-28
6062
풀꽃의 시안 댓글+ 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 0 07-28
6061
벨쿠르 댓글+ 1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0 07-27
6060
유리수 댓글+ 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0 07-27
605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7-27
6058
숲속의 바다 댓글+ 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 0 07-27
6057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6 0 07-27
6056
혈압 댓글+ 2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0 07-27
6055
골목 댓글+ 2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 0 07-27
6054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 1 07-27
605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7-27
605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0 07-27
6051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7-26
605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1 0 07-26
6049 김진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7-26
6048 느지막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0 07-26
604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 0 07-26
6046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0 07-2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