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 우수창작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우수창작시

  • HOME
  • 창작의 향기
  • 우수창작시

     (관리자 전용)

☞ 舊. 우수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창작의향기 게시판에 올라온 미등단작가의 작품중에서 선정되며,

 월단위 우수작 및 연말 시마을문학상 선정대상이 됩니다

우수 창작시 등록을 원하지 않는 경우 '창작의 향기' 운영자에게 쪽지를 주세요^^

(우수 창작시에 옮겨진 작품도 퇴고 및 수정이 가능합니다)


그해 여름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643회 작성일 20-08-12 00:05

본문



내 유년의 장소 한구석 기와가 빨갛던 집이 있었다. 누가 살고있었던 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 집에 가려면 개울 하나 건너고 능선을 기어가 개 세마리 시체가 버려져있는 공터를 지나야했다. 


마침내 그 집에 도착했을 때는 언제나 내 무릎 위에 짓이겨진 구더기들이 붙어있었다. 기와에 덮인 이끼도 빨갛고 기와 틈새 자라난 버섯도 빨갛고 기와 위에 버려진 울새와 직박구리새 시체가 새빨갛던 집. 한번 사루비아꽃 속으로 기어들어간 배추나비는 거기서 나오지 않았다. 여름이 절정으로 치달을수록 배추나비 수는 점점 더 줄어갔다.


그해 여름, 마을에 살던 아이들은 모두 병에 걸렸다. 한 아이는 간질병에 걸려 마을 한복판 정자나무 밑에서 발광을 하였다. 다른 아이는 병원에 갔다 주사를 잘못 맞아 몸이 청록빛 풍선처럼 부풀어 죽었다. 다른 아이는 높은 나무에서 뛰어내려 머리가 터져버렸다. 그해 여름 호박꽃은 노란빛깔이 몽롱하고 여름바람에 돋은 솜털이 다사로웠다. 등나무 넝쿨은 거친 입자 시멘트담 위를 기어올랐다. 자벌레가 느릿느릿 흙 위를 기어가며 검은 등이 작열하듯 달구어졌다. 


서늘한 그늘을 찾아 모여든 어른들은 왜 아이들이 한꺼번에 그렇게 병에 걸렸는지 어떤 황홀한 것이 그렇게 아이들을 고통의 극단으로 몰고간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고들 이야기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8-13 15:03:45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유난히 불게 피어 지천이던 사루비아가 떠오르는군요.
여름의 절정에서 빨간 유년의 기억을 살려내는 사실적 묘사가
손에 잡힐 듯합니다.
늘 쏟아지는 시심을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건안하신지요?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댓글 감사합니다. 사루비아꽃과 호박꽃이 참 기억에 남네요.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쏟아지는 시심이라고 하기에는, 제 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경이의 눈이라고까지 말씀하시면 제가 오히려 부담됩니다.

석류꽃님의 시 잘 읽고 있습니다.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석류꽃님 시를 보아온 것 같네요. 시의 순도를 높이 유지하시는 것이 늘 한결같으십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날건달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릴 적 등하굣길에 깨꽃의 꿀을 따먹던 기억이 솔솔 피어오릅니다. 시에 대해 아는 바 없지만 오래전 '쓰르라미 울 적에'라는 애니메이션 같은 신비와 환상 같은 기운을 느껴봅니다. 시인님께서 경험하신 것 위주의 사실적 표현의 생생함을 전달하시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을 들어 익히 알고 있습니다만 글을 읽어 내려가는 순간마다 환상과 신비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위의 댓글처럼 경이롭고 황홀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시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 시라는 것이 제게는 아주 개인적인 것이거든요.
 
저는 경험한 것으로부터 재료를 얻지만, 사실적 표현은 하지 않습니다. 재료를 구축해서 이미지들을 만들어내지요. 위 시는 사실이라기보다 날건달님이 말씀하신 대로 환상입니다.

날건달님 시 잘 읽고 있습니다. 이미지가 또렷하게 잘 잡히는 좋은 시들이었습니다.
지난번 고백인가 하는 시를 올리셨던데, 약간 떠오르는 것이 있어서요, 혹 도움이 될까 해서 거기 댓글로 올리겠습니다.

Total 6,185건 4 페이지
우수창작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5975
모래 꽃 댓글+ 1
와리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07-07
5974
보내는 마음 댓글+ 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07-07
5973
범죄 보고서 댓글+ 2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 0 07-07
5972
손 밖에서 댓글+ 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0 07-06
5971
치명적 서정 댓글+ 3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 0 07-06
5970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07-06
5969
깨꽃의 계절 댓글+ 2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0 0 06-26
5968
묵은 발 댓글+ 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07-05
5967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1 07-05
5966
달구질 댓글+ 5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0 07-05
5965
공작새 댓글+ 9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7-05
5964
담쟁이 댓글+ 9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 0 07-05
596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 0 07-05
5962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 0 07-04
596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0 07-04
5960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0 07-04
595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0 07-04
595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07-04
5957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7-04
5956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07-03
5955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 0 07-03
5954
밀랍 인형 댓글+ 2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7-02
5953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07-02
595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 0 07-02
5951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7-02
5950 미소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 0 07-01
5949
맞는 말일까? 댓글+ 3
느지막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0 07-01
5948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07-01
5947
응답 댓글+ 1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0 06-29
594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6-29
5945
참숯 댓글+ 2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0 06-28
5944
꼬락서니 댓글+ 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 0 06-28
5943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 2 06-28
5942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 0 06-28
5941
거인 댓글+ 2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06-28
5940
대장내시경 댓글+ 2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 0 06-28
5939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6-28
5938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0 06-28
5937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0 06-26
5936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 06-26
5935
콜롬보 댓글+ 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06-26
5934
허기진 밤 댓글+ 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6-26
5933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3 0 06-24
5932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2 06-25
5931
물결의 익사 댓글+ 3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06-25
593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 0 06-25
5929
수씨때 댓글+ 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0 06-25
5928
바람의 말 댓글+ 8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0 06-23
5927
풍경의 노래 댓글+ 2
미소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06-23
5926
비의 낫 댓글+ 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0 06-23
5925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 06-23
5924
여름 댓글+ 2
grail2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0 06-23
5923
캐논의 밥상 댓글+ 4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06-22
5922
앓은 중력 댓글+ 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 06-22
5921
심장 댓글+ 1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 06-21
592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0 06-21
5919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06-21
5918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06-21
5917
백야(2) 댓글+ 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6-21
5916
화분 있는 방 댓글+ 2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 0 06-20
5915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7 0 06-20
5914
살구나무 댓글+ 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0 06-20
591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0 06-20
591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06-20
5911
깔딱고개 댓글+ 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06-19
5910 개도령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06-18
5909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6-18
5908
꽃의 두멍 댓글+ 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6 0 06-18
5907
당부 댓글+ 2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0 06-18
5906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06-18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