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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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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751회 작성일 20-08-22 00:04

본문



우리 동네  



우리 동네처럼 집보다 담들이 더 많은 곳은 없을 것이다. 


각막이 돋아나는 아침에 보면 새하얗게 벌거벗은 담들만 보인다. 


지붕 뻥 뚫린 나팔꽃이 보랏빛 시취로 새하얀 피부에 균열을 남기는 담들이 많았다. 


어느 담장은 차갑고 어느 담장은 뼈만 앙상했다. 담장마다 높고 낮음이 다 달랐다. 나는 쓰레기 더미와 나팔꽃 사루비아꽃 호박꽃 등이 뒤섞여 함께 썩어가던 어느 담장의 황홀을 기억한다. 


담장은 담장으로 이어지고 하늘은 담장이 잠깐 숨고를 때 뚝 끊어져서 후박나무 가지가 다시 이어줄 때까지 허공 가득 그늘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동네 개들은 털이 아주 길고 늘 젖어있었다. 빨간 신호등을 예리한 이빨 사이에 물고있었다. 헐떡이면서 혀를 아주 길게 내밀어서 꼬리를 흔들어댔다. 놋쇠 빛깔 이름이 차가운 우물 안에 가라앉아있었다. 


내가 담장 따라 녹음 속을 저어서 가고 또 가면 늘 내집 앞 마당에 다다랐다. 청록빛 이끼 속에 푹 잠겨 늘 반쯤 조는 정원이 있었다. 황토에 늘 무언가 심으시던 어머니께서도 파란 빛깔이셨다. 


탄피를 주우러 황금빛 눈동자를 가진 청개구리 한마리가 맑은 물 속을 헤엄쳐갔다. 


담 위를 뛰어가며 놀던 나를 떠밀어 시멘트 바닥으로 추락시킨 것도 우리 집 담장이었다. 


일곱살 난순이가 청록빛 풍선처럼 터져 죽었을 때에도 나 대신 우리집 담장이 엉엉 울었다. 그때는 예리한 철조망이 시뻘겋게 녹슨 목련꽃이 되어 주저앉았다. 


내가 자고 일어나면 어떤 날은 동네에 담장 수가 늘어나있곤 했다. 하지만 어떤 날엔 자고 일어나 보면 담장 수가 줄어들어있곤 했다. 참 이상한 일이었으나 당시에는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8-26 08:56:51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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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린날의 추억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 주셨네요.
어릴적 담장은 왜 그렇게 높고 길던지요.
담장 처럼 줄지어 가는 추억의 페이지가 젖어 있지만
왠지 저는 따스한 햇살이 느껴집니다.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따스한 햇살같은 시절이었으나 쓰레기장에 버려져있던 개 세마리의 시체, 친구의 죽음 등을 목격하면서 죽음이라는 것이 대해 최초로 깨닫고 충격을 받았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난순이가 내 꼬추를 조물락조물락해준 것도 이 시절이었구요.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뭔가가 이 시절에 있습니다. 이 속에 있던 황홀, 아름다움, 폭력, 모순 등을 총체적으로 시로 써보려고 하는데 어렵네요.

제게는. 이런 것들이 쉬이 잠들지 못하는 것이 제가 계속 시를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그렇군요. 삶의 도입부에서 인화 된 포트폴리오를 보는 듯 했습니다.
무대는 담이 높은 군부대 인근 마을에서 시작되는 사건들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듯하여 선 뜻 입을 열 수 없는 무언가는 느꼈습니다만
시인님 특유의 정서를 느끼고 감상하기에는 충분 했습니다.
소꿉시절 추억편인지라 밝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붉은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대문이 닫혀 있던 그 부잣집 안의 것들이 몹시 궁금했던 어린시절.
알 수 없는 혹은 법접할  수 없는 격차가 느껴지곤 했든 그시절. 
아직도 눈에 걸린 그림처럼 보입니다~~~~

시인님은 저를 그 변두리 동네로 데려다 주시는 능력을 보여주셨습니다
기쁘게 감상했습니다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제가 이 동네에 대해 갖고 있는 것들이 너무 복잡해서 이 시가 얼마나 이를 담고있는지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붉은선님이 지적해주신 내용도 분명 있구요.
 
위 시가 행복하기만 한 시도 아니고 비극적이기만 한 시도 아니고 아프기만 한 시도 아니고
황홀에 대한 시이지만 그 황홀의 성격도 복잡하고 
그것이 제 마음입니다. 아마 누구나 유년에 대해 갖고 있는 마음은 그렇겠지만요.

죽음이란 것이 뭔지도 모르던 어린 시절 굳이 언덕을 기어올라가 개 세 마리 버려져 서서히 썩어가는 것을
매일 바라보았던 이유가 뭘까요?

기쁘게 감상하셨다니 감사합니다. 붉은선님도 훌륭한 시 많이 올려주세요. 요즘 붉은선님 시가 한참 피어오르고 있는 것 같아서
많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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