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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벨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09회 작성일 20-09-05 12:53

본문



하나.

 

아파트 위에 달이 뜨는 밤이면

 

 

 

기린이 둥근 달을 물고 있는 것이 보인다

 

 

잘게 부서진 조각이

작은 우리들 속에 숨어들면,

꿈쩍도 않던 윙컷된 홍학이

하나둘 우리에서 걸어서 나와

뒤뚱 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아파트의 외벽마다 서성이던 바람에

몇몇 홍학들이 날갯짓을 해보지만

균형을 잃고 땅바닥에 나뒹군다

 

직선의 비행을 관음하던 무리가 주변에 모여들고

추락을 기념하는

그들만의 축제가 벌어진다

 

마치 기린의 목이 그 때문에 길어졌다는 듯이

강 위로 가끔씩 물고기 튀어 오르고

이런 밤에는 어떤 춤이 어울릴까

 

밤이 점점 깊어 갈수록

하나둘 창가에 불은 꺼지기 시작한다

 

창문을 열고 내려다보는 뾰족한 입들이

그들을 바라보며 수런거리고

별들이 하나둘 귀가하는 시간

 

짧은 축제를 아쉬워하는 홍학들은

자기들만의 우리로 서둘러 돌아간다

 

긴 모가지를 비비며 강을 건너가는

기린의 춤과

홍학 울음소리 어울릴 때

 

하나,

,

아파트엔 홍학들도 함께 살고 있지 !

 

*윙컷 : 조류의 날개 한쪽의 근육을 잘라 균형을 잃게 하여 날지 못하도록 하는 것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9-07 13:43:10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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