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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85회 작성일 20-09-09 02:34

본문

파도가 푸른 물살의 단을 묶어 놓은 것을

풀어 헤쳐 놓은 것을

저 바위가 억센 손으로 묶고 또 묶는다

아버지의 매듭 굵은 손이 보인다

어린 내 손을 잡을 때 그 거친 손마디가 모두 옹이었다

어느 세월 지나  내 거칠어진 손과 마주 한다

바닷가에 오면 바위 곁을 떠나지 못한다

갈라지고 깨어진 자국자국들이 아버지의 일생 같아

읽고 또 읽는다

파도는 언제까지 이 바다의 푸른 물살의 단을

풀어 헤쳐 놓을 것인가

고요한 한 밤 중 아버지는 그물을 손질하고

나는 숙제 하느라 꾹꾹 눌러 쓴 까만 글씨들

푸른 물살이 달을 묶어서 내 옆에 내밀었다

어느 사이 잠들어 꿈 속에서 가지고 놀았다

아버지는 먼 바다로 나가고

잠에서 깬 난 턱을 괴고 앉아 있을 때 달을 묶어 주었던

그 단을 풀어버린 파도는 점점 높이 일 때

내 가슴은 바위가 따로 없었다

아버지의 고깃배가 돌아오는 뱃길이 보이지 않고 

바위는 늘 거기 서서 파도를 묶어 놓고 있었다

마음을 놓았다가 뒤돌어서면 거기 파도는

묶어 놓은 푸른 물살의 단을 풀어서 눈앞이 캄캄 했다

아버지의 손 매듭이 그리워진다

이젠 그 손을 잡아 볼 수 있다면 한 세상의

뒤켠까지 다 볼 수 있을 듯 싶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09-10 11:41:22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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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때로는 아버지를 원망한 적도 있었지만, 아버지의 손은 어린 날 집채만 한 거센 파도 속에 나를 지켜주었던 푸른 방파제였음을 내가 그때의 아버지가 되어보니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선친이 그리운 아침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힐링님의 댓글

profile_image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문뜩 아버지의 일생이 떠오릅니다.
그 바닷가!
한 평생을 사셨던 날들이
우리도 이 세상 바닷가에서 사는 생을 봅니다

날건달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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