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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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514회 작성일 20-10-04 09:52본문
하얀 나비
돌아보면 아무도 없던 길
나는 하얀 나비라네
접었던 생각을 펴 보면 오래된 구깃구깃한 백지에
그려진 희미한 하얀 날개
나는 그 구깃구깃한 백지를 날았던 하얀 나비라네
젖었던 눈물 마르던 언덕에 서 있던
아이 업은 여인은 단칸방 아이 넷의 엄마로
아침마다 신발공장 *미싱에 허리를 굽혀
오십이 넘도록 세상 운동화의 반을 만들었을 만큼
미싱을 돌렸다네
여인이 만들었던 운동화는 어디선가 벌써
신고 닳아 없어진 것처럼 여인도 해지고 닳아가고
검버섯 핀 주름지고 무뎌진 손 펴 보면 공장 밖을
날아 다니던 희미한 하얀 나비 한 마리 그립다네
드르륵,드르륵 분주한 미싱 소리 너머 공장 창문 밖
여인이 목을 빼고 찾아 쳐다보며 웃던 하얀 나비
나는 그 하얗던 나비라네
일을 마친 엄마 손잡고 김 무럭무럭 나던 시장
만둣집 가던 길
빈 집터에 무성하던 잡초들 사이로 하얀 나비 한 마리
나는 그 하얀 나비처럼 무성하던 잡초들 사이에서
헤매고 길을 찾았네
돌아보면 아무도 없던 여인의 길,
돌아보면 빈 길처럼 쓸쓸하던 여인의 길
나는 그 눈물 마르던 언덕에 계절도 없이 서 있던
여인의 하얀 나비라네
구깃구깃한 그 백지위를 날았던 하얀 나비라네
세상 운동화의 반을 만들었던 여인이 일하던 공장
창문 밖 혼자 하루 종일 뛰어놀던 어린 그 하얀
나비라네
*미싱-일본어(mishin),바느질 하는 기계
댓글목록
코렐리님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희 어머니께서 대장암 걸리셔서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가
간신히 살아나셔서 굉장히 충격이었습니다.
작은 미늘님 오늘 시를 읽으니 저절로 울컥하네요.
진솔하고 심금을 울리는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언어 구사력이 정말 정교하고 표현이 적확하십니다.
작은미늘barb님의 댓글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코레리님!살아나셨다니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말씀 드립니다.
걱정도 많고 늘 가슴에 무거운 돌이 달린것처럼
무거운 심정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치료 잘 받으시고 완쾌 하셔서 오래 오래 코렐리님
과 함께 하시길 마음모아 진심으로 바램합니다.
그저 어머니의 손을 보다 옛생각을 더듬었습니다.
어머님께서도 많이 힘드시고 주변 가족들도
힘든게 중병의 병원 생활이지요
코렐리님께서 먼저 마음을 단단히 하시고 잘
보살펴 드려야 할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씀
드립니다.
코렐리님! 코렐리님 작품들 처럼 단단하고
견고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화이팅 하시구요^^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말씀과 격려 감사드립니다.
어머니께서는 다행히 지금은 잘 추스리고 활동하고 계십니다.
말씀해주신 대로 마음 단단히 하고 보살펴드려야죠.
돌아가시지 않고 그럴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훌륭한 시, 훌륭한 조언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