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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와 스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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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5회 작성일 20-10-14 05:59

본문




내 유년시절

우리집 이층에 살던 양공주는 얼굴이 얽었지. 늘 슬픈 표정이었지. 녹슨 철조망 냄새가 폭격 맞은 얼굴에서 풍겨왔지. 


그녀의 어린 딸 스잔나와 애나.

애나는 금발이었지만 얼굴은 한국인.

스잔나는 머리는 까맸지만 얼굴은 미국인. 


애나는 새침떼기였고, 

눈꼬리 쳐진 스잔나는 늘 웃었지.

스잔나는 날 볼 때마다 엉금엉금 기어와 

둥근 얼굴 한가득 방긋 웃었지. 


소꿉놀이를 할 때면

늘 영어를 섞어쓰던 애나. 

한사코 영어를 말하지 않던 스잔나. 


손을 모래 속에 넣고 

그 위에 모래성 쌓으며 잼 잼.

단단히 두드린 모래 속으로부터 

손을 빼내면 자기 얼굴

허물어질까 봐.  


늘 집 밖에 나와서 

빈 마당이라도 우두커니 앉아있던 애나와 스잔나.

시멘트 담장 위를 기어오르던 청록빛 줄기에서 

덜익은 포도알을 뚫어져라 

보는 것이었지.

포도알 대신 꿈이라도 영글고 있던 걸까?


꿈은 흩지지 않고 

한군데로 모여드나 봐. 


그래서 애나는 표정을 찌푸렸고

스잔나는 눈가에 눈물이 그렁거렸나 봐.


애나와 스잔나가 이사를 가고 얼마 뒤,  

텅 빈 마당 포도나무 줄기들 

담장을 완전히 

덮었지.

비록 작은 멍울들 같았지만

포도알들은 투명하도록 보랏빛이었지.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10-20 10:37:36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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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털 복숭이 미군 아버지가 애나와 스잔나를 찾아왔는데, 딸들을 쌀쌀하게 대하더군요. 어린 마음에도 그애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원님도 행복하시고 찬란한 가을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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