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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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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50회 작성일 20-10-18 15:22

본문

골목의 시간





감전동 새벽시장엘 가려면
여러 모양 여러 소리를 가진
골목들을 지나야 한다

내 있던 하숙집 앞 사거리는
한 달 한 번 꼴로 교통사고가 났다

골목 모퉁이 공단식당의 아들내미
코 흘리며 다가오면 용돈 달라는 신호
신호에 맞춰 내 손은 빠르게 지갑으로 달려갔다

또 신호등 지나 주물공장 저편엔
구름다리가 차들을 구름처럼 띄우고
추운 청춘은 다리를 절며 다리 밑을 지났다

나에겐 새벽시장은 산책로였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허름한 잠바 걸친 저녁
허기는 늘 새로웠다

오뎅 하나 따뜻한 국물 한 컵이면
어느새 사치스런 나의 행복
냄비에서 솟으며 내 코를 간질이던 김은
어떤 영혼 같기도 했다

하루를 잘 지내왔냐고 서로의 안부를 묻던
사람들 지금은 없다
떠나고, 배신하고, 실종되고, 또는 죽어가......,
그렇게 별똥별처럼 떨어져나간 사람들

골목을 빠져나와 작업장으로 향하던
1.5톤 트럭 안에서 들려오던 내 사랑 내 곁에
가수는 병마를 못이겨 가버렸다고 뉴스는 전했다

생은 골목길 들어서기 전의 비보호 좌회전 같은 것
좌회전은 자유, 그러나 보호는 기대 말라는

노래는 남았지만 가수는 가고
골목은 남았지만 유행가는 늘 바뀌었다

한번씩 나는 골목의 시간을 걷는다

여러 묶음 시간이 쌓인 내 골목에 쏟아지는
여러 모양의 빛과 여러 소리를 가진 노래들,

가만히 시장의 저녁을 둘러보고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10-21 14:32:01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추천0

댓글목록

이옥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걸
재래시장에 가면 알 수 있지요
삶에 활력이 넘치는 곳이지만.......
요즘은 모두 기가 죽어 있어
돌아오는 내 발걸음도 무거웠답니다
다시 찾을것을 약속해보는 골목에서
내사랑 내곁을 흥얼거려 봅니다

너덜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끔 사회 초년생이던 그 시간을 사는 것은,
그 골목 그 시장 그 사람들이
지금은 어찌됐나 어떻게 살려나,
하는 궁금증도 있지만,
그 순수하던 젊음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남은 생에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내 사랑 내 곁에를 마지막까지
피를 토하며 부르던 그 가수처럼요.
오늘 좋은 날 보내시길.

너덜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창동교님의 한 마디에 더 진정성을 가진 시를
써야지 하는 마음이 불끈 샘솟아오르는군요.
읽고 글 남겨주신 것 감사합니다.
한번씩 좋은 시로 찾아와주시길 고대합니다.
늘 건강, 건필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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