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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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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레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74회 작성일 20-10-24 22:50

본문



      양파

 

너의 살갗을 벗길 때 마다,

나의 눈에서 눈물이 흐를까?

 

차가운 겨울, 너는

작은 씨앗으로 들어가

움막을 틀어 뿌리를 내린다

너의 무게가 점차 옮겨 붙으면

오랜 기다림 후에 당도한 곳

무성한 무리가 그곳에서 엉키고

황금빛 외피 속에

하얀 속살 한 겹씩 만들어 간다

 

그런 방식으로

다시 태어난 너는

단단한 흙을 뚫어 여린 손가락을

세상 밖으로 밀어 올리고

가슴이 없는 혹한과 차가운 햇살이

가녀린 손가락을 동사시키면, 너는

다른 손가락을 밖으로 밀어 올린다

살아남을 때 까지,

 

그러는 동안에 흙은 부드러워지고

세상으로 나온 너의 여린 손가락들이

공기를 품은 푸른 검()처럼 자라나면

너는 고혹한 황금빛 옷을 입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다

 

흙을 털어낸 너를

한 꺼풀씩 벗기고 벗겨

마지막 껍질을 벗겨내면 예언처럼

드러나는 빈 공간, 그 속에

오롯이 담겨있는 너의 비밀들을

수수께끼 풀듯 한자 한자 읽어간다

벗긴 껍질 속에

빼곡하게 새겨진 너의 지난 시간들

 

 

너의 시간을 해석하며

나의 하루가 반성으로 도배된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10-27 14:03:25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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