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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과 수평의 밤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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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4회 작성일 20-11-0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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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과 수평의 밤




불면증,
너를 생각할 때면 흰 눈밭이 떠올라.

너는 자꾸 하얘지는 바다 같아.
갈매기마저 잠 못 들게 하는 파랑波浪의 불안.
어지러운 서류, 쓰다 만 기록들.
무수한 수직과 수평이 교차하던 밤들.
읽으면 읽을수록 물감처럼 번지는 상처였지.

그래서 너를 읽는 건 포기했어.
차라리 문맹이었으면,
침대가 땅밑으로 꺼지는 기분이야.
밤이 오면 의자들은 참 조용히도 누워 있었지.

비워낸 위처럼 수척해진 문장들 사이로
밤마다 수평으로 넘어지던 절벽들.
그리고 수직으로 뒤돌아 멈춰버린 강물도 보았어.

문장의 밖으로 나가 문장을 바라보는 시인처럼
난 네 바깥에 서서 흐르기로 했어.

갈매기 떼 다시 일깨우는 파랑의 마음으로
창문을 여는 아침엔
반항하는 한 잔의 커피향을 읽으며
또 수면제를 휴지통에 버리며,
맨정신, 맨몸으로 싸우던 밤들을 생각해야겠지.

그러니 이젠 안녕, 작은 알약들아 희미한 정신과 길었던 밤들아.

넘어졌던 절벽을 수직으로 세워
멈춰버린 강물을 수평으로 눕혀

절벽처럼 서서 강물처럼 흐를 아침의 나,
네 모든 문장을 서서히 지우면서.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11-10 11:04:41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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