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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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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목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31회 작성일 20-11-06 11:39

본문

녹색 강

 

 

낯익은 

아픈 강은 차고 어둡다

까닭이야

황망한 들판에

날개를 잃고 늘어선 창백한 나무들

공허한 강가에 서 있는

녹이 된 늙은 어부

몸통 잃은 나루터

움켜쥔 사설 같은 뿌리만 남아있는

앙상한 몸과 주름이 깊이 파인

시간의 바깥에서 늦도록 바람과 함께 있다

꽃 가람 비옥함이

강녘을 키우던 안개와 윤슬

휘파람을 불며 노를 젓고

집을 짓고 아이들을 키우던

빛나던 시절

흘러간 물살이 어제라고 하면

지금은 종적도 잃고 배도 없이 시간을 덧바르며

잊혀가는 만큼 서서히 빠져나가는

쓸쓸히 토함의 일이다

물길 갈라진 틈 이향 쪽으로 방향을 둔 것은 아니라

내리막길 목숨 때문이었다.

기껏 한생에 동안 지레 늙은 철새도 오지 않는

팔매질하고픈 저 비명의 녹색 물

그래먹구름이 몰고 온 벼랑 끝 몰림에

자신의 뿌리를 품지 못한 궤적은

흰여울 소리를 되뇌며 영역을 잃고

절망이 된 부식의 명시적 구획

천년을 버티던 수계 부활의 꿈 꾸는

피 울음 토하는

어둠을 묶어 주홍 글자로 남긴

난개발 뉘우침 없는 잔인한 

오죽하면 현현한 겨울바람이라고 하잖는가

맑은 강은 제단이 되어

녹색 허파 탁한 숨을 쉬고 있다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11-10 11:11:23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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