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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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08회 작성일 20-11-23 08:30본문
숲으로 숲으로 들어가면,
허공 가득 채워진 것은
스테인드글라스 깨진
유리조각들 형형색색 아우성이며
졸졸 교목의 손목과 발목을 감싸 따스함 하나로
물줄기 이루어 흘러가는 소리며 내 유년시절 소곤거림이 제비꽃 툭 틔우는
바위 봉우리 형상 속에 날카롭게 그어진 능선이며 베인
하얀 손바닥과 끊어진 혈관 아물지 않는
망막.
이 소리는 어디서 오나?
투명한 것에 닿는 사슴 발굽이
시리다. 사슴은 사슴은 어디서 오나?
사슴 눈동자 안에 흘러가는 그 맑은 물줄기
소리는 봄으로부터 온
것인가? 숲으로 숲으로
귀기울이면, 사슴의 마음에 닿기 전에, 자작나무가 은빛 띠어가고
청설모가 귀 뒤를 긁고 종다리가 휘파람소리같은
한 생을 살고 꽃뱀의 심장이
수풀에 우두커니 놓여져 있는 것이었다.
연분홍 사태가 사슴은
제 가슴을 두근이게 하는
저도 모르게
가시나무 투명한 햇빛
부정형(不定形)의 거울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가끔 숲의 명암경계선에 발끝을 대고 서면 숲속으로 곧게 뻗어 점점 희미해지는 가시광선이 나를 숲속으로 인도하지요. 그 평행선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나의 유년도, 첫사랑도, 사랑하는 어머니, 평생 혼돈의 삶을 사셨던 선친의 모습까지 숲의 풍혈(風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지요. 어쩌면 저 풍혈이 사슴의 눈알인지도 모르겠네요. 콘트라베이스의 율선처럼 선친이 사무치는 밤입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날건갈님 댓글이 더 시 같습니다.
참 다정다감하고 섬세한 분이시라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