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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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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35회 작성일 20-11-26 12:15

본문

베개 이야기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배어 있을까.
돌처럼 무거웠던 머리를 누이고 물컹한 생각을 쏟던 밤이나
발에 밟힌 깡통처럼 찌그러진 시간의 기억을 쌓던 그이의 꿈까지.

잠 못 이루는 날 위해 아내가 사다 준 직방형의 베개가 해질 때까지
우리의 생활은 정처 없었다.
정처 없는 생활이 데려다 준 아침의 창문 틈으로 이끼가 피기도 했다.

아내는 곤히 잠들고 베개는 그녀의 하루를 달랬다.
서로의 몸을 섞던 봄의 울렁거림을 지나
크고 넓은 잎사귀 주렁주렁 달린 가을의 밤까지
우리는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수없는 불면의 밤들을 함께한 너에게 굳이 변명의 말들은 꺼내지 않겠다.
수수한 몸가짐 선한 눈매 낮고 잔잔한 말투의 너는
노래 가사에 가을 전등 아래 그리고 나의 일기장에 언제나 어른거렸다.
동네 책방 위 다방에서 말없이 고개 숙인 채 내 말만 듣던 첫 맞선,
내가 어디가 좋아요 묻던 넌 순천 가는 기차 속에서도 한 마디 말이 없었지.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늘 조용히 미소 짓던 너
첫애가 나고 뒤이어 쌍둥이가 나고 웃음이 떠날 일 없던 시절을 지나,

어느 겨울 내 중학교 담장 아래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던 너를 잊지 못한다.
눈 내리는 꽃밭 한번 보여주지 못하고 그 흔한 목걸이 하나 걸어주지 않은
나를 사랑해주었던 너,
국화를 뒤로하고 찍은 가족사진 속 무심히 보이던 너의 흰 머리카락 한 톨
내 아픈 말과 허물로 울게 했던 날들을 용서하길,
아픔을 더 아프게 했던 나를 용서하길.

그 모든 걸 기억하고 있는 해진 베갯잇을 수선하며 넌 소녀처럼 웃고 있다.

지금은 떠나온 네 마을 승주군의 간이역엔 아직도 풀과 꽃들이 무성할까.
조카들과 함께 찍은 간이역 신혼 사진은 색 바래졌지만,

그들 스치던 바람이야 여전하겠지.
그들 비추던 햇살이야 지금도 따사롭겠지.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12-02 09:20:30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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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젯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최우수상 축하 드립니다.
글에서는 마음의 결이 읽힙니다.
순박하게 쓴 듯 해도 자신도 알지 못하는 욕심과 자만심이 읽히는 글도 있고
수수하게 쓰내려가도 마음의 빛이 읽히는 글이 있습니다.

가끔 시를 보는 내 눈이 쓸만하다는 것을
너덜길님이나 코렐리 님 같은 분의 시를 읽으며 느낄 때가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느끼겠지만 말입니다. ㅎㅎㅎ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게 봐 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요즘 뜸하신 것 같은데 좋은 시로 만나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결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오롯이 감수성을 가진 눈을 지녔다는 말이겠지요.
그 눈 저도 가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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