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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자의 은밀한 사생활 (퇴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48회 작성일 20-12-19 11:55

본문

어떤 의자의 은밀한 사생활

 

 

 

오늘 의자가 벗어놓은 하루는 학구적이다 의자는 오래 낡아왔지만 뒷면은 깊고 무성해졌다 때론 도발적이지만 대체로 진취적인 내일을 꿈꾼다

 

이 의자는 위험한 다리를 지나왔다 키가 자라고 곡선이 모호해진 눈빛 읽느라 붉은 카펫 들썩이다 악몽 번진 귀퉁이로 젖어들 때면 노래 들려주는 삐걱,

 

당신의 미래를 나에게 맡겨요

등 토닥이다 삐걱삐걱, 어떤 불편은 진실하다

 

그대는 시끄럽지만 단단하고 친절한 가슴을 가졌군요 지금부터 나는 그대의 남은 생을 전담할 위대한 수선공, 내 모든 비밀 찍힌 그대를 나로부터 분리할 수 없게 해줄게요 혼자 앓다 푹 꺼진 미간은 장밋빛 입술로 채우고 앙상하게 멍든 체관은 지층 샅샅이 뒤져 길어 올린 천년시화로 기품있게 부풀려 드리죠

 

삐걱삐걱 외칠 때마다 하얀 피 수혈하는 나는, 잠에서 깬

 

숲속의 공주*가 되어 달아오른 귓바퀴 팔락이며 길들인 기억을 우려낸다

 

 

* 명작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변용

[이 게시물은 창작시운영자님에 의해 2020-12-29 11:01:51 창작시의 향기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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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미상님의 댓글

profile_image 미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와 학구적이고 도발적이며 진취적이네요
정말 멋진 시입니다
뭐랄까
라라리베 시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천년시화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삐걱 삐걱거리는 나무의자가 생각나네요
저의 집 의자는 플라스틱이라서
ㅎㅎ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미상님도 시에 대한 열정이 많으시니
천녀시화를 충분히 길어내시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집 의자는 가끔 보살펴줘야 하는
오래 된 나무의자랍니다ㅎㅎ
방문 감사해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의자의 은밀한 사생활이 무엇일지 궁금한데요?
기품있게 부풀려 주신다니 사뭇 기대가 됩니다 ㅎㅎ
탄탄한 사유가 자연스럽게 흘러 쉽게 읽혀지니 참 좋아요.
어이없이 한해를 먹고 이제 마지막 한 장 달력을 보고 있군요.
남은 시간 마무리 잘 하시고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운 시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항상 의자와 긴밀히 붙어 있으면서도 돌아보지 않았는데
어느날 보니 의자도 나이를 먹었다는 느낌에
저를 보는 것 같아서 ㅎㅎ
특히 나무 의자는 색이 점점 짙어지면서 결이 더욱 살아나기도 하니
두고 온 시간 만큼 깊어지는 것이겠죠
의자도 빛이 나게 하려면 사랑을 많이 줘야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금년은 마스크와 가장 친했던 것 같습니다
나쁜 것은 다 날려버리고 새해에는 따스하고 좋은 기운만
몰려왔으면 좋겠습니다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평안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시는 표현이 예술입니다.
각고의 노력으로 빚어낸 표현들
사색도 하게되고 많은 즐거움을 줍니다.
부러운 필력
의자에 대해 좀 더 깊은 사유를 꺼내야 하는데 시인님 같이 하지못합니다.
좋은 시에는 저절로 댓글이 가네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좋은주말 되세요.
늘 건필하소서, 라라리베 시인님.

라라리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곁에 두면서 믿고 의지하는 존재
의자도 어찌보면 사물이지만 자신의 마음과 소통하는
생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손때 묻은 모든 것들이 그런 것 같아 저는 오래 묵힌
물건들이 많습니다
지난한 세월을 같이 보낸 의자를 돌아보니
고맙기도 하고 새삼 어루만져 주고 싶네요
표현하고 싶은 것은 많고 제대로 되지 않아 많이 부족한데
이장희 시인님이 너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과분합니다
그래도 즐거움을 드리고 사색을 하게 되셨다니 저도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문운이 활짝 열리고 건강하시기를 바랄게요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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